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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과 불교계의 역할

기자명 이영경
불교가 전래된 이후 1600여 년 동안 한국불교는 사찰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왔으며, 민족문화를 창조하고 유지하여 왔다. 특히 산중 사찰은 산의 주인으로서 임상을 보호하고 산의 생태적 관리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이러한 결과는 국립공원의 지정에서 나타나는데, 현재 전체 국립공원에는 해인사와 월정사 등의 교구 본사 급 사찰 7개를 포함하여 총 313개의 사찰이 소재하고 있으며 국립공원별 사찰이 차지하는 면적은 0.36%에서 41.54%로 나타난다. 이러한 사찰은 우리 나라 지정문화재의 16%에 달하는 문화유산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풍경을 창출하고 있으며, 사찰경내 지의 산림은 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생태가 양호한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립공원의 자연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 지정 후에도 사찰은 사찰소유의 토지(경내지)를 국립공원의 주요 등산로 및 국립공원공단의 시설부지로 제공하여 국립공원의 이용 및 유지, 보전 및 관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찰은 종교적 수행과 포교라는 본래적 기능이외에 역사문화의 보존과 삼림보호, 수려한 경관의 창출, 국립공원의 이용과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국민적 인식이 정착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설악산 신흥사의 경우를 보면 신흥사경내 지는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흔들바위, 비선대, 권금성, 비룡폭포 등의 경승지와 계곡, 그리고 대청봉을 포함한 공룡능선과 화채봉능선, 설악산 주능 및 양폭산장 등의 주요 등산로가 모두 신흥사 경내 지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조차 신흥사 경내 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신흥사 경내 지를 통해서 설악산을 경험하고 있으나, 설문결과를 보면 설악산 탐방객 349명중 83%에 달하는 291명은 신흥사 경내지 현황을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른 나라에서의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와 경관의 보존을 중심으로 설정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국립공원 내 사찰의 가치가 국립공원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 문화적 특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립공원의 보존과 관리에는 사찰의 보존과 관리가 필수적이나, 정부의 이해부족과 정책미비 그리고 이에 대한 불교계의 미온적 대응이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가장 극명한 예는 근래 발생한 국립공원 이용료 문제에 따른 사찰과 참여연대 사이의 법적 소송이다.

1967년 제1호 지리산 국립공원이래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었지만, 그 동안 정부의 관리정책은 이용과 개발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관통도로와 케이블카의 설치 등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는 정부의 정책부재와 의지부족, 관리기관의 전문성 부족, 국민들의 탐방의식 부족, 주민들의 집단민원, 예산미비 등이 지적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 전체 국립공원의 일년 예산은 450억 원으로 이는 시 군 단위의 하수처리장 하나를 건설하는 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립공원의 보존과 관리에 보다 근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공익적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조사사업을 수행하여 종단의 기본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종단과 불교단체들이 국립공원의 문제점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립공원 제도 개선 시민위원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이 시대 자연문화유산의 마지막 보루인 국립공원을 유지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찰에서도 사찰과 그 주변의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 시대의 문화를 선도해 나갈수 있도록 적극적인 동참이 기대된다.



이영경 교수(동국대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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