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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지은 살생죄업 참회합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4.16 10:34
  • 댓글 0

화계사 타태영가 위한 49일간의 정진 현장

<사진설명>미처 피지 못한 채 사라져간 영혼들이 한 순간이라도 빨리 이승에 대한 미련을 거둘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참회기도가 화계사에서 열리고 있다.

‘하늘의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이 다 정해진 길을 가듯이 그대들 또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지상에서 행복을 누려야 마땅했으나 애석하고 또 애석하게도 그대들은 피어보지도 못하고 스러졌으니…. 모진 세상 탓을 해봐도, 병약한 몸과 불행한 인연을 한탄해 봐도, 한 순간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통탄해 봐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눈물뿐이로다.’

끊임없는 독경…100여명 모여

보건복지부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05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년 무려 33만 여명의 태아가 불법 임신중절 수술로 인해 생명을 잃고 있다. 그러나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임을 가만할 때 그 수는 약 150만 여건에 달한다고 비공식 집계하고 있다.

출산장려정책, 불임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생명을 져버리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인 공업(共業)인 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화계사에서 열리고 있는 ‘타태아기영가천도를 위한 49재’는 소리 없이 생명을 잃어간 영혼의 넋을 기리고 달래는 안타까운 참회의 현장이다. 새벽 4시 화계사 법사 단장 현우 스님의 지장 기도로 시작된 참회기도는 묘봉, 우성, 수암, 수경 스님 등으로 이어져 밤 9시까지 계속된다. 영가천도를 위한 법회가 해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에 비해 화계사의 릴레이 기도는 한 시간도 쉬지 않고 49일 동안 이어진다는 점에서 불자들의 호응도 대단하다.

새벽 4시부터 화계사를 찾은 젊은 아기 엄마부터 불편한 다리를 두들겨가며 오후 내내 꼼짝 않고 『지장경』을 독송하는 할머니, 퇴근 시간이 지나서 조용히 방석을 깔고 앉은 중년 신사까지 쉼 없는 독경소리에 맞춰 불자들의 발걸음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 기도 중 간간히 들리는 훌쩍거리는 참회의 울음소리는 독경소리를 더욱 경건하고 슬프게 한다.

수경 스님 등 릴레이 기도

“내 일은 아니어도 우리 모두의 업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참석하게 됐는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몰랐어요. 며칠 전에는 한 젊은 보살이 훌쩍거리면서 『금강경』을 읽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나도 함께 독송하면서 타태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했죠. 독경 소리가 커질수록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은 아마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법명 법성행·불광동)

“주변 친구의 권유로 함께 오게 됐는데 저항 한번 못하고 소리 한번 지를 수도 없는 끔찍한 고통을 그대로 느끼며 조용히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생명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49일 동안 매일 오겠다는 발원을 했습니다.”(법명 감로화·수유리)

새벽 4시부터 ‘참회의 울음바다’

하루 4시 30분씩 영가천도 기도를 집전하고 있는 수경 스님은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도 부처님 몸이라고 여겨 불살생을 실천해야함에도 어리석은 우리들은 다함께 공업을 짓고 있다”며 “이번 영가천도기도는 부모로써 씻을 수 없는 살생죄업을 참회하고 우리 모두의 공업을 함께 소멸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기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 가엾은 영가들을 굽어 살펴 열반의 길로 인도 하옵소서, 간절한 참회의 눈물로 기도드리옵니다. 오늘 우리들의 눈물이 이승을 떠나야 할 영혼들에게 장애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눈물을 생명의 감로로 바꾸어 주옵소서.’

5월 19일까지 화계사서

피지 못한 꽃들의 영혼들이 이승에 대한 미련을 거두고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참회기도로 독경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화계사의 ‘타태아기영가천도를 위한 49재’는 5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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