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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십선계(十善戒)

기자명 법보신문

선악 판단하는 10가지 행동기준
‘신구의’ 청정케 하기 위한 대승계

오계, 팔재계와 함께 재가불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계에 십선계(十善戒)라는 것이 있다. 십선계는 대승불교에서는 보살의 실천행으로서 매우 중시되지만, 원래 초기불교에서는 계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십선업도라 하여 선한 열 가지 행동 기준, 말하자면 선과 악의 판단 기준이었다. 십선에 합치하는 행동은 선이지만, 이에 반하는 행동인 십악업도(十惡業道)는 악인 것이다. 이를 업도라 표현한 것은 이 10가지 행동은 업이 되어 반드시 그 결과를 남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행동들과 무관한 행위는 결코 업이 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결과 또한 남기지 않는다. 즉 선악의 판단이 가능한 행위만이 그 결과를 남겨 행위자에게 적절한 과보를 안겨 주는데, 그 기준이 바로 십선 혹은 십악인 것이다.

십선계는 몸에 관한 계 3종, 입에 관한 계 4종, 마음에 관한 계 3종으로 구성된다. 몸에 관한 계는 오계나 팔재계의 내용과 동일하다. 즉, 생명을 빼앗는 것,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을 취하는 것,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부터 각각 떠나는 것이다. 한편, 말에 관한 계는 매우 구체적으로 분류된다. 오계 가운데 하나인 불망어와 함께, 불양설(不兩舌)·불악구(不惡口)·불기어(不綺語)의 3종이 추가된다. 불양설이란 이간질하는 말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쪽에 와서는 이 말을 전하고 저쪽에 가서는 저 말을 전하며 양쪽을 다 헐뜯어 결국 친한 사이를 벌어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불악구란 거친 말이나 욕설, 뽐내는 말 등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사용하면 자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 귀에 거슬리고 불쾌해져 마음의 안정을 얻기 어렵게 만든다. 불기어란, 꾸며대는 말을 멀리 하는 것이다. 진실하지 못한 말, 아첨하는 말, 실없는 말 등을 모두 가리키며, 칭찬해야 할 때 칭찬하지 않고, 비난해야 할 때 비난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입으로 짓는 악행이 자신과 남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곧잘 그 사실을 잊고 산다. 그러나 말로 주고받는 상처는 몸으로 받는 상처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그 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재가자의 계인 십선계에서 이렇듯 말에 관한 규정이 상세한 것은, 날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 재가자들은 홀로 수행하며 말을 아끼는 수행자들에 비해 분명 입으로 악행을 지을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십선계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마음, 즉 의지를 계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행동으로 나타나기 이전, 즉 마음속에서 올바르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는 단계이다. 마음에 관한 3종의 계란 무탐욕(無貪慾)·무진에(無瞋)·정견(正見)이다. 무탐욕이란 욕심 부리는 마음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말한다. 남의 재물을 엿보며 호시탐탐 내 것으로 만들 기회만을 엿보며 탐심을 일으키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아무도 없는 곳에서 금은보화를 보더라도 자신의 것이 아니면 탐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무진에란 성내거나 원한을 지니는 마음으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항상 온화한 마음으로 생물을 사랑하고 어떤 경우에도 해심(害心)이나 원한을 갖지 않으며, 모든 생물이 안락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견이란 인과응보나 연기의 도리를 잘 이해하고 불법승 삼보를 믿는 것을 말한다.‘선과 악도 없고 그 과보도 없으며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없다…’이라 생각하며 삿된 소견을 품는 것을 경계한다.

올바른 행동은 올바른 마음가짐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이 아닌,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걸친 청정을 설한다는 점에서 십선계는 매우 체계적인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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