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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수행과 효

기자명 법보신문

바닷가 갈대밭에는 새들의 둥지처럼 모체 사이로 어린 갈잎이 자라고 있다. 바람은 죽어서도 자식을 못 잊어 그리워하는 부모님의 손길인양 갈잎을 흔들고 지나간다.

일찍이 동진으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대중들이 숲처럼 모여서 정진하는 총림에서 행자생활을 익혔다. 은사스님께서는 철없이 장난을 치다가 일을 저지르면 눈물이 쏙 빠지게 나무랐다.

그러면 무서워 은사스님 방에는 못가고 노스님들께 찾아가 그 분들로부터 옛날 큰스님들의 구수한 수행 이야기를 들으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곤 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함없는 가치는 어른을 섬기고 받드는 효가 근본이다.

석가모니의 후신이라고 일컬었던 조선시대의 고승 진묵대사는 어머니를 절 아랫마을에 모시고 극진히 효도를 다했다고 하지 않던가. 수행의 장애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은 효도하는 마음과 같은 정성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며 가르쳐주신 부모님과 스승의 은혜를 생각하면 함부로 몸을 놀릴 수가 없기에 계율을 지키게 되고 이로 인해 일단 마음의 안정이 이루어진다.

세월이 갈수록 이 몸을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와 머리를 깎아주신 스승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백천만겁에 만나기 어렵다는 불법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감사의 마음이 소록소록 샘솟는다. 또 이것이 해태심을 물리치는 원동력이 되고는 한다. 효가 살아있는 문중은 번성하고 사형사제들이 의리가 있으며 화합을 잘한다.

하지만 요즈음 갈수록 훈훈했던 절집안의 미풍양속이 사라져가는 것이 세상인심과 비례하는 것 같아서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얼마 전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총기사건도 변함없는 가치인 효를 등한시 한데 기인한다.

언어 교육을 핑계로 유학이라는 외로운 섬으로 보내기만 하면 자녀들의 인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요즈음 다국적 기업에서는 인재를 뽑을 때 며칠간 합숙을 시키면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그 사람의 인성을 먼저 본다고 한다.

불자들은 사찰마다 활성화 되어 실시하는 수련회에 어린 자녀들을 참여 시켜서 전통 속에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즈음 한 평생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하신 부모님들이 너무 외롭고 쓸쓸한 것 같다. 철이 들어 효도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안 계신다는 옛말이 실감이 난다.

어린 나이에 절집에 보내놓고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는 내 어머니가 불교방송을 들어보니 부처님 가르침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승복을 지어주시던 때가 엊그제처럼 떠오른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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