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리불 지혜’ 등불삼아 정도 걸으리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5.14 10:23
  • 댓글 0

대구·경북 법조인 참선모임 보리회

<사진설명>지난 5월 7일 파계사에서 참선을 마친 보리회 회원들이 지운 스님의 지도로 ‘금강경’을 공부하고 있다.

한 평생 살면서 일반인들이 법정에 서는 횟수는 몇 번이나 될까. 법 앞에 선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율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민감하고 예민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죄와 벌의 저울 앞에 선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을 자신의 일터로 삼아 매일을 사는 이들이 있다.

시비 고통 벗으려 불교 입문

고뇌와 번뇌 속에서 현명한 판단력과 수려한 언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법조인들. 그들의 삶이 정신적으로 혈혈단신 고되다 보니 무엇엔가 기대고 또 그것을 이겨나갈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목마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목마름을 축이기 위해 한 두 명이 모여 시작된 대구·경북지역 법조인들의 수행 모임 ‘보리회’.

법조인들 중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 중, 종교를 가진 이들 가운데 다시 또 ‘불교’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그들의 선연(善緣)은 올해로 9년 째.

대구·경북지역의 판사, 변호사 등 직분상 서로 만나기가 수월치 않은 이들이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그 죄의 무게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혜가 가장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지혜를 얻기 위해 불자 법조인 개개인들은 금강경 독송부터 참선, 절, 주력 등 해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함께 모여 수행을 해보니 혼자 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그 효과와 의지가 두 배 이상 향상된다는 것을 알았죠. 또 스님의 지도도 직접 받을 수 있고요. 그 뒤부터 함께 모여서 수행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삶의 버팀목이 바로 ‘수행’

유난히 사법고시생들의 단골 터전인 ‘절(寺)’은 법조인들에겐 친숙한 곳으로 기억된다. 그 친근함으로 시작된 법조인들 수행 모임 ‘보리회’에서는 일반 수행모임과는 다른 뭔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마 다른 수행모임과 달리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또 반듯하게 차려입은 양복도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일 겁니다. 또 판사나 변호사라는 직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기도 하고요. 정장차림으로 참선을 하고 또 절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사실 저희들에게는 이제 너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5월 7일에도 고된 하루를 마친 보리회 회원들이 대구 파계사에 모여 동화사 강원 강주 지운 스님의 지도로 참선과 『금강경』 공부 삼매에 빠져들었다.

현재 보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장 김세진 부장 판사를 비롯해 수행모임의 참여를 독려하는 지현태 변호사, 젊은 법조인 포교사 박영호 판사, 창립멤버인 박태호 변호사 등 법조인 20여명은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그렇게 함께 수행하는 인생의 도반인 것이다.

지운 스님, ‘금강경’ 지도

“사실 바쁘기도 하지만 법조인들은 잘 뭉치지 못하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아요. 보리회의 경우도 모임 중간 중간 회원들의 저조한 활동으로 위기도 몇 번 있었죠. 하지만 그때마다 모두들 생활 속에서 수행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9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라(自燈明 法燈明)고 하셨는데, 이들에게는 같은 고민을 가진 또 하나의 등불인 도반들이 함께 빛을 밝히고 있으니 그 빛이 꺼지지 않은 한 사리불 존자와 같은 지혜를 얻기 위한 그들의 정진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구=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