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 재가불자는 청정교단의 지킴이

기자명 법보신문

출가 악행 막는 것, 재가의 근본 역할
재가, 교단 일원이라는 자긍심 가져야

2005년 5월, 통계청의 인구 조사 결과는 개신교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불교와 천주교의 신자 수는 증가한 반면, 개신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개신교 내에서는 신자 수 감소의 원인과 그 대책을 모색하는 세미나 등이 열렸고, 그 결과, 신자 수가 줄어 든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대외 이미지 실추, 즉 종교로서의 성스러움을 잃어버리고 물질주의·경제지상주의와 궤를 같이 함으로써 사회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었다는 점, 따라서 목회자의 도덕성 회복이 교인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의 불교교단은 이런 문제로부터 안전지대에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아직 눈에 띄는 신자 수의 감소는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대도시나 신흥도시 등에서 분명 개신교나 천주교에 비해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린이나 청소년 불교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불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 등은 그다지 마음 편한 현상은 아니다. 이렇게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가운데, 출가자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을 전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현실은 그 불안을 증폭시키기 충분하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재가불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또 일반인들의 시선이 싸늘하게 변해갈지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출가자들의 일상생활에 관한 규범을 모아 놓은 율장이라는 문헌을 보면, 상당수의 율 조문이 출가자들의 악행에 대한 재가자들의 비난을 계기로 제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율을 제정하실 때마다‘너희들의 잘못된 행동은 이미 신심을 지니고 있는 자에게서는 신심을 빼앗고, 아직 신심을 일으키지 않은 자에게는 신심을 일으킬 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출가자의 행동이 재가자의 신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재가자들의 의견을 출가자들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재가불자를 포함한 일반사회의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린 종교 집단은 그 사회에서 결코 존속할 수 없음을 부처님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것이리라.

이것은 재가불자의 역할이 단지 출가자에 대한 보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나아가 불교교단의 일원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교단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참여를 실천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불교교단이 안고 있는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현실을 우리는 출가자들의 허물 만으로 돌리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불교교단은 사중(四衆)으로 구성된다. 즉, 출가자와 재가불자가 모두 존재할 때 비로소 불교교단은 성립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불교교단은 이 양자가 함께 일구어 나가는 것이며, 그 운명은 양자의 손에 공동으로 달려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출가자들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할 때 과연 그 옆에 있었던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또 자신은 과연 재가불자로서 이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교교단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출가·재가를 논하며 서로 일선을 긋고 상대방의 비판을 묵살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살을 갉아먹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스스로 불교도로서 부끄럽지 않은 언행을 갖추고, 또 올바른 시각과 진심어린 견해로 출가자의 고고한 삶을 보조하는 신심어린 재가불자, 그리고 이 충언에 한쪽 귀를 열어두고 항상 자신의 언행을 돌아봄으로써 교단 내외로부터 존경받는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덕망 높은 출가자, 이 양자의 조화야말로 불교교단의 영원한 발전을 약속해 주는 것이라 확신한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