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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스승 위한다며 복수한 제자

기자명 법보신문

홍수 일으켜 힘 자랑…죄업 짓고 쫓겨나
인욕은 악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갑옷 같아

티베트 불교의 중흥조이자 티베트 종파를 대표하는 켈룩파의 창건자인 총카파 스님은 대표적인 저서 『람림(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보살의 일에는 다만 두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자리와 이타를 성취하는 것이다.…궁극에 이르렀어도 다가오는 위해를 참을 수 없어 한 번 되갚음 한다면 계율은 청정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다가오는 위해에 어떤 것일지라도 보복 없이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다. 보복을 하지 않으면 타인의 나쁜 짓을 없앨 수 있고, 그가 좋아하는 선을 지을 수 있기에 최고의 이타이다.”

인욕하지 못하고 앙갚음을 한다면 계율의 청정성이 무너지고 비록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더라도 악업을 짓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샨티데바도 『입보리행론』에서 인욕품 첫 머리에 “천겁 동안 쌓은 보시와 부처님께 올린 공양, 그 모든 선행이 한순간의 분노로 무너지네”라며 분노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인욕의 공덕은 ‘타인의 나쁜 짓을 없앨 수 있고, 그가 선을 지을 수 있기에 최고의 이타’라는 점도 있지만 인욕을 통해 계를 지키고 악업을 짓지 않게 된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경전과 수행자들이 인욕의 중요성을 첫 손에 꼽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인욕은 흉악한 사람의 악담을 막아내고 지옥에 떨어지는 죄업을 막아주어 내 몸을 보호해주는 최고의 갑옷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이들은 힘을 드러내어 적을 제압하고 위협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길인 양 착각하곤 하는데 『구잡비유경』에 이를 경계하는 일화가 실려 있다.

아나함과를 성취한 한 사문이 산에서 솥을 걸어 놓고는 풀을 삶아 가사에 물을 들이고 있었다. 그때 소를 잃어버린 한 목동이 산 속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는 달려왔다. 목동이 솥뚜껑을 열어보니 그때까지 솥 안에 있던 풀과 나뭇가지가 순식간에 소머리와 소뼈로 변해 솥 안에서 끓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알 리 없는 목동은 화가 잔뜩 나서는 사문을 붙잡아 “소를 잡아먹은 도둑놈”이라며 소뼈를 사문의 몸에 걸치게 하고는 마을을 끌고 다니며 욕을 보였다. 이때 사문의 제자인 사미가 스승이 보이지 않자 찾아다니다 이 모습을 보고는 서둘러 스승을 모시러갔다. 사문은 “이것은 전생의 죄업 때문”이라며 그저 묵묵히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제자는 스승을 욕보인 마을 사람들에게 분노하며 신통을 부려 용에게 홍수를 내리게 했다. 마을의 집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이를 본 스승이 말했다.

“나는 전생에 백정을 생업으로 삼은 적이 있기에 오늘 그런 치욕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 경솔하게 행동해 이런 큰 죄를 지었느냐?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라.”

분노를 참지 못한 사미의 신통력은 자신의 복덕을 지키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큰 죄업을 짓는 결과만을 낳았다. 그 사미가 인욕의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분노나 폭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다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죄업조차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인욕이라는 갑옷의 힘이 이처럼 크거늘 두려울 그 무엇이 있겠는가.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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