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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반듯해야 그림자가 반듯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재가자와 출가자 사이에 흉허물이 너무도 없다. 농담도 마음대로하고 놀이도 함께 하고 마치 세속에 있는 형제처럼 느껴진다.

부처님은 이런 일들에 대해서 뭐라 말씀하셨을까? 세속에서도 ‘가까운 사이 일수록 예의가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말이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기련이라는 곳에 두 비구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아습파요, 한 사람은 부나파사였다. 그들은 바른 행을 하지 않고 단월의 집을 드나들면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절집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이 법답지 않은 행동을 했는데, 자신이 꽃나무를 심거나 남을 시켜 심고, 자신이 물을 주거나 남을 시켜 물을 주고, 자신이 꽃을 따거나 남을 시켜 꽃을 따고, 자신이 꽃다발을 만들거나 남을 시켜 만들고, 자신이 실로 꿰거나 남을 시켜 꿰고, 자신이 꽃을 가지게 하거나 남을 시켜 가지게 하고, 자신이 꽃다발을 주거나 남을 시켜 주게 했다.

그리고 마을의 여인들과 한 평상에 앉고, 한 그릇에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 하고,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연극 하고, 남을 시켜 노래하고, 만담도 하고, 북치고, 젓대불고, 소라 불며, 공작새나 여러 새 소리를 내며, 뛰고, 절름발이 흉내도 내고, 휘파람 불고, 자신의 몸을 희롱하기도 하고, 놀이의 대가를 받고 희롱하며 웃기도 하였다.

그때에 여러 비구들이 가시국에서 걸어 기련까지 와서 쉬게 되었는데, 이튿날 아침, 비구들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의복은 단정하고 걸음걸이는 정중하며 눈은 아래로, 똑바로 앞만을 보고 좌우를 돌아보지 않으면서 차례차례로 걸식을 하였다. 거사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였다.

“이들은 누구이기에 눈을 아래로 하고 좌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거나 웃지도 않으며, 두루 접촉도 하지 않고, 웃는 말로 인사도 붙이지도 않을까? 우리들은 음식도 주지 말자. 아습파와 부나파사 두 스님은 눈을 아래로 하지도 않고, 좌우를 돌아보면서 사람들과 두루 접촉하여 웃는 말로 인사도 하니, 그에게는 음식을 주어 공양하자.”

비구들은 기련 마을에서는 걸식하기가 매우 어려워 ‘여기는 좋지 않은 곳이구나. 바르지 못한 비구가 여기에 살았을 것이다. 그들이 이처럼 바르지 못하게 행동 하여 대가를 받고 희롱도 하고 웃음도 지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수행자답지 않은 작은 행동이 크나큰 잘못을 만든다. 왜냐하면 그 한사람의 행동이 승단 전체를 평가하게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뒤따르는 그림자가 반듯하게 보이려면 앞서가는 사람의 걸음걸이가 반듯해야 한다.
 
파계사 영산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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