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짜이 한 잔에 아이들 미소가 … 또 한 잔에 정토의 희망이”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의 옥스팜을 꿈꾸는
대학생정토회 작은짜이집

#내가 짜이를 마시는 이유? 인도에서 먹어본 추억의 음료. 커피전문점에서는 4800원에 팔고 있지. 하지만 숙명여대 표 짜이는 500원. 게다가 제때 먹지 못하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잖아. 돈 아껴서 좋고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자주 찾고 있지. (물리학과 유보람)

#내가 짜이를 파는 이유? 짜이 한 잔이면 인도 어린이 3명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짜이 한 잔은 오렌지로 바뀌어 아이들의 영양이 되고, 학교로 변해 아이들 미래의 희망이 되지.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고 열심히 설명하는 내 모습 너무 대견스러워. (회화과 정은주)

#하루 팔아 얼마 버냐고? 오늘 오전 11시부터 5시간 동안 71,400원. 평소 4배의 최고 매출 기록. 5시간 동안 겨우 71,400원이냐고. 하지만 무려 476명의 아이들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큰 돈이야. (주인장, 약학과 민지원)

<사진설명>젊음은 눈부시다. 특히 희망에 가득찬 젊음은 더욱 아름답다. 숙대 대동제 기간, 5시간 동안 땡볕에서 ‘짜이 드세요’를 외치는 숙대 짜이집 봉사단들의 모습에는 희망과 뿌듯함이 넘쳐났다.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다. 이런 비판이야 이집트 동굴에서 발견된 2000년 전 낙서에서도 볼 수 있다지만, 적어도 5월 16일 찾아간 숙명여대 ‘작은짜이집’의 풍경은 그렇지 않았다.

“짜이 한 잔 드시고 가세요. 인도 사람들이 변비 없고, 피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전 11시경 숙명여대 작은짜이집이 문을 열었다. 주인장 민지원 씨와 8명의 팀원이 숙련된 솜씨로 짜이를 만들고 홍보를 시작한다. 이내 몇몇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자 곧 긴 줄이 만들어진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아 속도는 더디다. 하지만 느긋함 또한 짜이에 담기는 인도의 미덕 아닌가. 학생들도 이런 작은짜이집의 특성을 알고 있는 듯 잠깐의 지루함을 수다로 달래며 기꺼이 시간을 보시한다.

보통 숙대 작은짜이집은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만 문을 연다. 학생들의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1시를 넘기지 않지만 이미 맛으로 소문이 자자해 넘쳐나는 손님들로 채 1시가 되기도 전 문을 닫기 일쑤이다. 그러나 축제기간인 이날만큼은 재료를 넉넉히 준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문을 열기로 했다.

짜이 한 잔과 서비스로 제공되는 비스킷 한 개 값은 단돈 500원. 그러나 띠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날 총 수입은 71,400원, 무려 140잔을 넘게 판매했다. 원료와 재료 모두 자원봉사자의 보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총 수입은 고스란히 순수익이 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에서의 5시간의 강행군은 이들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단 하루에 476명의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실에 이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만 그득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작은짜이집.’그해 미국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선재수련을 다녀온 학생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선재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후 참가자들은 아프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그해 겨울 서울대와 부산 동아대에서 짜이를 끓여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이후 2003년 서울교대, 성공회대를 시작으로 한신대, 성균관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등이 차례로 작은짜이집을 개점해 현재 전국 22개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 영업시간은 대부분 매주 1회 점심시간. 2006년 22개 작은짜이집이 올린 총 수익은 868만3960원, 무려 5만8000여명의 어린이가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초창기 짜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인도 배낭여행이 붐을 이루고,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짜이를 팔면서 짜이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기호품으로 부각됐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에는 인도 전통방식으로 차를 끓이다 보니 우리의 입맛과는 맞지 않았던 것. 작은짜이집 주인장들은 매주 한 차례 모임을 갖고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해 최고의 맛을 찾아냈다. 지금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 가격뿐 아니라 맛에서도 월등하다는 것이 자체(?) 평가.

‘판매 모금액은 전액 지원금으로.’ 작은짜이집의 원칙이다. 작은짜이집은 학기 중에만 운영된다. 한 학기 동안 모연된 판매 모금액은 방학 기간에 열리는 선재수련을 통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전달된다. 선재수련은 겨울방학에는 인도에서, 여름방학에는 필리핀과 몽골에서 각각 진행되는데, 짜이 한 잔은 인도 어린이들의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줄 오렌지가 되고, 필리핀 어린이의 미래를 밝힐 학교가 되며,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몽골 어린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된다. 대학생정토회는 현재 7월 4일 필리핀에서, 7월 14일 몽골에서 개최하는 선재수련 참가자들을 모집 중이다.

‘한국의 옥스팜’ 작은짜이집 활동가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1942년 결성된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 50만 명의 기부자와 820곳의 중고품 점포 수입으로 제3세계 구호활동을 전개 중이다. 꿈만 같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 또한 아니라는 것이 작은짜이집 활동가들의 이구동성. 매년 200여명의 학생들이 선재수련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한다면 전국 200여 대학에 작은짜이집이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렌지 한 알을 손에 쥔 인도 어린이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누구하나 쉽게 먹지 못했습니다. 먹어도 좋다고 몇 번을 말하자 그제야 오렌지를 들고 집으로 뛰어 갔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그 귀한 걸 혼자만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10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오렌지 하나를 놓고 행복해하던 이들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숙대점 정은주 봉사자의 말처럼 짜이집은 비록 ‘작은’ 곳이지만 그들의 발원은 이미 바다 건너 인종과 가난, 편견을 넘어서는 곳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9세기 영국 점령 후 대중화
인도 차(茶) 짜이란?

‘인도인들은 하루를 짜이로 시작해 짜이로 마친다’고 표현할 만큼 짜이(chai)는 인도사회에 가장 대중적인 음료다.

짜이가 인도사회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식민지과정 중 인도에는 홍차에 우유를 넣어먹는 영국문화가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밀크티에 설탕과 향신료를 첨가했고, 이것이 지금의 인도식 밀크티 ‘짜이’가 된 것.

‘짜이’란 중국의 ‘차(茶)’가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에 전해진 후, 중국 광주지역 발음인 ‘짜이(chai)’가 인도에서는 차를 의미하는 단어로 통용돼 왔던 것이다.

 

“대학생 참여활동 새로운 모델 확신”


작은짜이집 총괄 CEO
대학생정토회 김진환 팀장

“작은짜이집은 전국 22개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따뜻한 정과 미소를 나누는 쉼터입니다. 짜이 한 잔 500원이면 인도 어린이 3명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5월 15일 축제가 한창인 서울대 교정에서 만난 대학생정토회 김진환(27· 서울대 외교학과 4·사진) 국제자원활동팀장은 쉴 새 없이 학생들에게 짜이 한 잔을 권했다. 그는 전국 22개 대학에서 운영 되는 작은짜이집을 총괄하는 CEO다.

‘지붕도 없는 흙집, 마실 수 없는 물,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 2003년 12월 인도 선재수련에 참가해 ‘가난’을 직접 목격한 그는 도저히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결국 2004년 봄 학교를 휴학했고, 곧바로 대학생정토회 국제자원활동팀과 작은짜이집 활동에 동참했다.

김 팀장은 “자비와 나눔의 실천인 작은짜이집이 학생 참여활동의 새로운 모델임을 확신한다”며 “많은 대학에서 작은짜이집 활동에 동참해 더 많은 어린이들이 도움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올해에는 작은짜이집이 대학 내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아 안정된 공간을 확보해 신행활동도 겸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많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김현태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