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5 법대로 살자

기자명 법보신문

세간법 포함한 일체가 모두 불법
법대로 살아가는 게 참다운 불자

삼라만상의 자연 물상은 누구에 의해 창조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정연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잡 생각을 조금만 멈추고 이 자연을 관찰하면 저절로 감탄할 수 밖에 었다. 사람의 배움이나 지식이란 이 정연한 자연 사물의 원리를 알아 따르려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문명이 일찍이 상상도 못했을 정도의 발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존재하는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여 순응하는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놀라운 새 지식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물 존재의 이치를 규명한 것이지, 이 존재를 부정하거나 초월하는 부존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존재의 사실을 법이라 한다. 따라서 불교 그 자체로서 법이다. 그래서 불법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불법 그 자체가 바로 불교의 전부이다. 불교 이외의 가르침이나 종교에는 법이 그 자체로 융합되지 못했다. 유교에서 유법이라 하거나, 선교(仙敎)에서 성법이라 하거나, 기독교에서 기독법이란 말이 없다. 이는 그 자체가 법일 수 없음을 증명하는 말이다. 가르침의 인위적 질서로서의 교리는 있지만 가르침 자체로서 법이 되지는 못한다.

불법에서의 법은 자연 존재의 진리이다. 불법의 법을 인류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면 자연 존재의 실상을 그대로 순응하는 것이다. ‘여여한 실상’이라 한다든가, ‘진여’라 한다든가, ‘여법’하다 하는 표현들은 자연존재의 순응을 여실하게 할 뿐이라는 명증적 언어들이다. 법화경에서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무르면 세간의 실상이 항상 머문다(是法住法位 世間相常住)”하였으니, 이 말 자체가 법과 세간은 등식이 성립되는 말이다. 곧 세간이 바로 법이라는 말이다. 금강경의 “일체의 법이 모두 불법이다(一切法 皆是佛法)”이라 함이 바로 이것이다.

자연존재의 실상을 떠나서 법이 있을 수 없으니, 이것이 바로 진리인 것이다. 법대로 살라함이 세간 질서를 유지시키는 말이듯이, 여법하게 사는 것이 바로 불자의 삶이다. 그러니 세간을 떠나서 별다른 진리가 없고, 세간의 진리를 벗어나서 불법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함이 이 여법한 불법이다. 여법하게 실행하기 위하여 수련하는 과정에서 산이 물처럼, 물이 산처럼 뒤집혀 보이는 착오를 거치게 되기도 하니 이러한 착오와 착각을 되돌려 여법한 자연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 바로 궁극적 해탈일 것이다.

오늘은 이러한 진리를 인류에게 가르쳐 주신 부처님이 오신 날이다. 불법을 인류에게 전해주신 어른이 탄생하신 날이다. 이제는 온 인류가 경하하는 날로도 인식되고 있으니, 여여한 실상을 법으로 아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태어나시는 바로 그때 사방을 돌아보고 “하늘 위나 아래에 오직 나만이 높구나(天上天下 唯我獨尊)”하셨으니, 이 ‘나’가 바로 진리의 당체인 존재를 의미함은 아닐까. 모든 존재의 기본이 나이니, 이 나가 바로 진리의 기본이요 불법의 단초가 아닐까.

진리의 기본이요 법의 당체가 나라면, 나의 주체인 인류 개개인이 바로 불법인 셈이다. 개개인이 모두 불법이니, ‘오직 나’라고 외쳤던 부처님이나 개개인인 대중이 다를 것이 없다. 개체 존재의 중생이나 부처님이 다 같이 평등함이 바로 여법한 자연의 진리가 아닌가. 부처님 오신 날만이라도 너와 나의 차별상이 없도록 여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자연의 여법한 진리의 법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집단이라, 인위적 법을 제정하여 애써 질서를 세우려 노고하는 것이 역시 인간사회이다. 여법이란 말이 따지고 보면 법대로라는 의미인데, 세간의 사람살이에서는 ‘법대로 해’ 하는 어의가 법대로 하지 않겠다는 억설로 들리기도 하니 안타깝다. 법은 법다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여법함이니, 여법한 법이 되려면 불법의 여여한 삶으로 돌아가야겠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