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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장엄염불 15000번에 먼동이 트다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6.11 14:09
  • 댓글 0

정토사, 만일염불결사 7주년 철야현장

<사진설명>지난 6월 5일 전국의 정토염불행자들이 정토사에 모여 철야정진을 하고 있다.

개굴개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와 나뭇잎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오케스트라를 이루어 마치 깊은 산 속에 있는 착각이 드는 성남 정토사(회주 보광) 법당. 6월로 들어서면서 무려 27~8℃를 넘나들던 한낮의 무더위는 어디로 사라지고 향긋한 풀 냄새와 함께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코끝을 서늘하게까지 한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은 정토사에서는 만일염불결사 철야정진이 진행되지만 6월 5일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지난 2000년 6월 6일 결성된 만일염불결사회가 7년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정토염불행자들이 청계산에 위치한 정토사에 모여 서로의 수행을 채찍질하고 면담과 질의응답을 통해 스님에게 직접 수행을 점검받는 날이다.

철야정진을 위해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정토염불행자들. 약속이나 한 듯 법당 맨 앞 왼쪽 좌복부터 하나둘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은 일 년에 한번이 아닌 매일을 함께 철야 한 듯 보인다.

정토염불행자들의 철야정진. 시침바늘이 정확하게 8을 가리키자 낮은 음성의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나무아미타불’ 염불소리로 뒤바뀐다.

오후 8시 30분. 본격적으로 좌복 위에 하나씩 놓여 있던 목탁을 치며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크게 외는 장엄염불이 시작됐다. 각자 목탁이나 대북과 징을 치며 신명나게 수행하는 장엄염불은 지루함과 졸음을 쫓아 시간이 갈수록 청계산은 고요해지고 법당의 목탁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진다.

“이렇게 목탁을 치면서 염불을 하면 그냥 합장하고 염불하는 것보다 훨씬 신이 나고 염불 집중력도 놓아집니다. 날이 밝아올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죠.” (윤영자, 57, 울산)

수행 점검하고 스스로 경책

2027년 10월 22일까지 계속되는 만일염불결사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14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도 20대에서 80대까지, 직업도 법조인부터 정치인, 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똑같은 정토염불행자일 뿐이다. 이들은 모두 ‘아침에 염불하고 저녁에 감사한다’를 기본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소리 내 외우는 칭명염불을 하루에 1000번 이상, 매일 108배, 하루 100원 이상 보시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지닌다.

자정을 넘길 무렵 스님의 뒤를 이어 천여 평 규모의 정토사 연 밭을 걷는 행선 염불이 이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굳어진 몸을 풀어주고 맑은 새벽 공기를 마시는 행선 염불 시간이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다시 염불삼매에 든 정토염불행자들. 목탁소리와 목소리가 한결 높아져 잠시 귀가 멍해지기 까지 한다.

“염불수행은 스스로를 관조하고 인내심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매일 염불하지만 특히 철야정진은 마음과 정신이 맑아져 새로운 세상을 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죠.” 5년 째 만일염불결사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 강화자(65, 지승월) 씨의 말이다.

염불은 나를 바꾸는 지름길

이어지는 스님과의 문답시간. 염불행자들이 실제 수행을 하면서 드는 의문점과 장애들을 그 때 그 때 해결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스님이 염불행자들을 격려하고 점검해 주어 행자들에게는 더없이 귀한 시간이다.

“염불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지금 이 마음을 일 년 동안 기억하며 매일을 염불하며 살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나무아미타불’하고 말입니다. 바로 생활 자체가 수행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정토사 회주 보광 스님의 법문과 수행 문답이 이어지고 또다시 염불이 이어졌다.

어느덧 멀리서 먼동이 트고 법당 안으로 새벽기운이 찾아온다. 마지막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삼배로 마무리하는 염불행자들. 철야정진을 마치고 법당 앞마당에 모인 이들은 한 해 동안 더욱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떠오르는 붉은 해를 오래도록 바라봤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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