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화선 근본도량 면모일신 3년 결사”

기자명 법보신문
  • 선정
  • 입력 2007.06.11 14:15
  • 댓글 0

보문선원 주지 지 범 스님

매주 토요일 철야정진-수요일 참선법회
결제 땐 재가선방…해제 땐 수좌 휴식처

서울 상도동 삼성산 아래 보문사 보문선원. 평소에는 재가불자들의 수행도량이지만 해제 때면 수좌 스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량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 1978년 나주 다보사에서 출가 인연을 맺고 22년 동안 제방의 선원에서 용맹정진을 거듭해온 지범 스님이 2001년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지범 스님은 “해제 철에 어김없이 보문사 산문을 들어서는 수좌 스님들이 내겐 더 없는 경책이 된다”고 수좌 스님들을 대하는 느낌을 설명했다. 그저 말없이 왔다 갈 뿐인데 마치 그분들이 ‘지범 수좌! 공부 안하고 지금 여기서 뭣하고 있소’하고 경책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지범 스님은 보문사 주지였던 은사 정진 스님이 입적한 이후 기기암까지 찾아온 보문사 대중들의 주지 부임 요청을 받고, ‘해제 철에 봅시다’했던 한 마디에 걸려 이곳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선방부터 만들었다.

은사 스님이 군·병원·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통한 포교활동에 주력하던 사찰에서 그 일을 이어가면서 시민선방을 개설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일을 보태는 셈이었으나, 선방을 떠났어도 수좌의 면목은 그대로였기에 거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문선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참선철야정진과 수요일 오후 2시∼4시까지 참선법회가 열리고 있다. 지범 스님이 “조계사나 봉은사 같이 시내에 위치한 사찰이 아닌 이상 평일에 매일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상도동 보문사를 찾는 불자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끝에 만들어낸 수행 프로그램이다.

‘간화선 근본도량’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발원으로 개설한 보문선원은 토요일 철야정진과 수요일 참선법회 외에도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선원을 개방해 놓고 있다. 단, 선원을 이용하는 참선 대중들은 매월 5회 이상은 참석해야 하고, 매 시간 정시에서 10분 사이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단 한 명의 불자가 수행하고 있더라도 그 수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스님의 생각 때문이다.

보문선원 입방 수행자들은 또 △각자가 지니고 있는 알음알이가 존귀하다고 여겨서는 안 되며 △하심과 묵언을 원칙으로 하여 단 한 명이라도 정진중이면 복도 등에서 잡담을 하면 안되고 △소임자 스님 외에는 타인의 장단점을 지적해서는 안 되는 등 지켜야 할 청규가 있다.

보문선원은 2001년 처음 문을 연 이후 구참 수좌 스님이 직접 지도하는 수행도량으로 알려지면서 ‘선 공부’에 뜻을 둔 재가불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새로운 도심 속 수행도량 보문선원은 “지금도 주지가 아니라 수좌로 착각하고 있고, 수좌 스님들만 보면 아련한 향수와 신심이 절로 난다”는 지범 스님이 결제 때마다 안거에 들어가면서 명실상부한 재가수행도량으로 뿌리를 내리는데 한계가 있었다.

출가 직후 다보사에서 만난 이름 모를 구참 수좌가 “중은 누가 뭐라고 해도 참선을 해야 한다”면서 준 ‘시심마(是甚·이뭣고)’를 화두로 삼아 참구 중인 스님은 이번 하안거에도 선원에 방부를 들였다가 입재를 1주일 앞두고 포기했다.

“지금까지 대중들로부터 받기만 하면서 아무 것도 준 것이 없기에 이에 대한 참회의 기간을 갖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오는 9월 초하루(음력)부터 3년간 보문사를 명실상부한 간화선 근본도량으로 만들기 위해 대중들과 더불어 정진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편안함이 곧 선(禪)”이라고 강조하는 지범 스님은 보문사가 기존 포교도량의 기능은 물론이고 시민선원으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3년 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영원한 수좌, 지범 스님은 평상시에는 재가불자들의 선 수행공간이 되고 해제 철에는 수좌 스님들의 휴식도량이 되는 선원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정진에 들어갔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