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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불교는 식민지 논리 극복했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06.11 15:31
  • 댓글 0

김상현 교수, ‘한국 근대사와 불교’서 주장

항일·친일 논리 벗어나
‘근대성’ 주목한 첫 논문

<사진설명>1904년 서대문을 지나는 전차의 모습. 최근 학계의 근대 담론에 있어서 불교는 항상 마이너리그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이 시대에 불교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주장이 김상현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근대를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있어서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근대성(modernity)’이었다. 역사학계에서는 근대성이 이미 18세기 후반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내재적 발전론이 제기됐고, 사회학계에서는 개항과 함께 근대가 시작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 논의에서 불교는 항상 제외되는 영역이었다. 친일불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불교사 연구는 근대불교 연구에 대한 기피로 이어졌고, 항일불교를 입증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연구의 편향성은 자연히 근대불교사의 연구의 도태로 이어졌고, 불교가 근대 이후 한국사상계의 흐름에서 비주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최근 근대 한국불교의 ‘근대성’을 주목한 최초의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봉축 특집으로 개최한 ‘한중일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 세미나’에서 ‘한국 근대사의 전개와 불교’를 발표한 김상현 교수는 “근대 불교계의 젊은 지성들이 당시 사회의 문제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고, 분명한 목소리로 응답하고 있었다”며 “근대불교 연구가 친일항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종교사상사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는 종교 아니다” 반박
근대 공간에서 불교는 기독교, 사회주의, 사회진화론, 일제 식민주의 등 다방면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는 한국에서도 가장 뿌리깊은 ‘미신’이라 간주되는 불교를 공격해야 선교의 입지를 확보할 수가 있었다. 이들은 ‘불교는 종교도 못된다’는 논리를 가지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봉산인은 1925년 『불교』 17호에서 “서양 종교학자들이 기독교의 신의 관념으로 (중략) 불교는 그들의 종교정의에 불합한 것이라 하나(중략) 그러나 부처라는 대인격을 표준으로 하여 우리의 인격을 향상시키는 철저한 인격향상의 종교”라고 반박했다.
김상현 교수는 “오봉산인의 주장은 불교는 철학을 포함한 매우 철학적인 종교이며 불교의 무신론은 기독교적 유신론의 단계를 훌쩍 뛰어넘는 더 진화된 종교, 참된 종교임을 선포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사회진화론의 극복
근대 한국의 지식인들이 부딪힌 가장 커다란 벽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사회진화론이었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사회진화론에 경도돼 서구를 모델로 하는 ‘조선의 개화’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종주의적 사회진화론은 조선인의 인종적·민족적 열등감을 불러 일으켰고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비판의식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김소하는 『불교』 49호에서 “개인주의라든지 이기주의라든지 적자생존 사상 같은 것은 절대로 취하지 못할 바”라고 반박하면서 “불교의 불살계로 말하면 소극적으로 생자를 살하지 말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애생주의 생명존중사상으로서 창도한 것”라고 지적했다.

한용운과 최범술은 진화론이 무상의 진리에 부합한다고 보고, “보다 진화된 평등한 사회의 건설이 불국토의 실현”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당시 인종주의적 사회진화론의 모순을 넘어서는 주장을 펼쳤다.

◆정교분리론 주장·개인의 발견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종교가 아편이라며 종교계가 민족해방운동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용운은 “종교는 자체의 신성을 스스로 존경하여 치욕에 빠지지 말지며, 정치는 삼가 종교의 신성한 자유를 철저히 옹호하기 위해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지어다라”며 정교분리를 주장했다.

이밖에도 한용운, 백성욱을 비롯한 근대 불교인들은 ‘개인’, ‘자유주의’에 대한 근대적 개념을 불교적 논리로 전개함으로써 근대 사상사 담론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가 제시한 사례들은 그동안 학계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시 불교계 인사들이 어떤 시대인식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한국사상사의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짚고 있다는 면에서 그의 문제제기는 신선한 충격이라는 것이 근대불교 전공자들의 평가다. 이는 근대 공간에 있어서 불교가 사회적 문제를 직시했으며, 한국사상사의 흐름 속에서 일정한 자기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는 ‘근대불교의 재발견’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을 맡은 김광식 부천대 교수는 “김상현 교수의 연구는 한국근대불교사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발제”라고 평가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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