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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경』 ⑬

기자명 법보신문

‘南無’는 범부로 살수 없다는 참 생명 절규

우리가 부처님께 절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 바깥의 신적(神的)인 존재로 받들어 모시는 게 아니다. 자신의 참생명 자리에 절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삼존불은 저 이상세계에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미타삼존불의 당사자라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존불은 경배의 대상이기 이전에, 내가 미타삼존불로 살기 때문에 예배를 올린다. 무한한 자기존중의 발로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을 한정시키기로 작정한 사람은, 자기 본연의 생명가치를 못미더워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세상 사람들을 범부라고 지적하며, 그 정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계신다.

스스로가 미타삼존불 당사자

“그들은 저속하고 중요치 않은 일로 서로 다툰다. 이들은 모진 죄악과 심한 고통 속에서 몸을 위하여 스스로 허덕인다. 신분이 귀하거나 천하거나,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젊거나 늙었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가리지 않는다. 재물이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모두가 애를 쓰고 시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두려워하고, 불안하며, 근심하고, 괴로운 생각을 거듭하며 마음으로 헛되게 욕심을 부려 편안할 때가 없다. 밭이 있으면 밭을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을 걱정하며...”

참으로 딱할 뿐이다. 끝없는 탐욕은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다르지 않다. 거침없이 달리다가 스스로는 물론이고 만나는 대상마저 파멸의 길로 이끈다. 근심과 고통의 끝이 없기가 이와 같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범부를 범부가 아니라고 하신다. 즉 범부는 없다고 하신다. 범부란, ‘부처님으로부터 스스로 떠난 자’란 뜻이기에, 범부는 우리의 참생명이 아닌 것이다. 이 범부라는 지적은 그렇기에 또 다른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부처님께서 굳이 범부란 말을 쓰신 까닭은, 있지도 않은 걸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딱해서 쓰신 일차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들에게 “네가 사는 게 범부로서 살고 있음을 자각하라!”는 깨우침을 주시기 위함이다.


탐욕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따라서 자신이 범부라는 자각은 나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제대로 살고자 하는데 있어서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여태까지 내가 못나게도 범부로만 살아왔구나. 부처님으로부터 스스로 떠났으면서도 따로 부처님을 찾아 다녔구나”하는 자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무아미타불하는 나무(南無)는 “나는 더 이상 범부로서 살 수 없습니다”하는 참생명의 절규다. 동시에 “다만 부처님생명으로 살겠습니다!”하는 결단이기도 하다. 때문에 따로이 제도되길 기다릴 이유가 더 이상 없다. 본래부터 제도된 부처님생명이다. 언젠가 다른 때나 다른 곳을 기약하고 있을 새가 없다. 지금 염불(念佛)을 모시는 이곳에서 우린 이미 제도되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참생명 그대로를 살며 자신의 삶을 미타삼존으로 드러내면 그만이다.

따라서 인생의 모든 국면은 언제나 새로운 현장에 자리한다. 사실 해왔던 일을 반복하는 것만큼 따분한 일도 없다. 도통 신이 나질 않는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일을 만난다는 것이야말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현실을 유지하려고만 하는 사람에게 돌아올 것은 후회밖에 없다.

언제나 새로움을 찾아내는 사람에게만 풍요가 따른다. 풍요는 따라오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쟁취해야할 목표가 아니라 당연히 벌어지는 상황일 따름이다. 오늘의 경계는 내가 스스로 선택한 현실이다. 그야말로 나의 참생명이 새로운 사업과 영역을 창출한다. 이제 그 새로움을 맞이하는 미타삼존의 주인공으로서 세상을 밝히고, 인연 짓는 세상 사람들을 구제하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무엇 때문에 주저하겠는가?
 
여여 문사수법회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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