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봄엔 연꽃을 심자

기자명 보광 스님

얼마 전 외신에 의하면, 미국 과학자들은 중국 동북부의 500년 된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연꽃씨를 처리하여 붉은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연꽃씨는 오래 되어도 발아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담발화는 3000년에 한번씩 핀다고 하지 않는가?

부처님께서는 꽃을 무척 좋아 하셨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연꽃을 가장 아끼셨던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나면서부터 일곱 걸음마다 연꽃이 받쳐주었으며, 마음의 법을 가섭에게 전할 때에도 연꽃을 들어서 정법안장열반묘심(正法眼藏涅槃妙心)을 부촉 하신 것이다. 따라서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불화(佛花)이며, 때로는 부처님을 대신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불교의 이상적인 국토를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하며, 극락정토에는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을뿐 아니라 그 곳에 왕생할 때에도 연꽃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인도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연못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부처님께서 처음 성도 하신 붓다가야는 말할 것도 없고, 룸비니동산의 마야당 옆과 왕사성의 죽림정사, 베사리성의 대탑지에도 도량 가운데에 연못이 있다. 아마도 여기에도 연꽃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꽃을 중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찰의 구석구석에 연꽃 조각이 없는 곳이 없으며, 법당에는 온통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꽃은 모두 조각이나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있을 뿐이지 살아 있는 연꽃은 한 송이도 구경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왜 상징적인 연꽃, 즉 석물이나 목조각, 단청, 벽화, 불단, 연등 등은 연꽃으로 장식하면서 도량의 한쪽 구석에 한 송이의 연꽃을 심지 못할까 하는 점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올 봄에는 우리 모두 연꽃을 심자는 운동을 제언하고 싶다. 오래 된 사찰의 입구에는 대부분 연당이 있기 마련이다. 옛 스님들께서 사찰 입구에 연못을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몇 가지를 헤아려 보면 실용적인 측면에서 그 의미가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는 불교의 상징적인 꽃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타내는 정토(淨土)의 의미가 있다. 둘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속에 있으면서도 청정하게 살며, 더러운 곳에 있으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말라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가르침이 있다. 셋째는 연꽃은 오염된 수질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으므로 사찰의 생활오수를 청정하게 한다. 넷째는 사찰에 화재가 났을 경우에 방화수의 역할을 한다. 다섯째는 물고기를 방생할 수 있는 방생지(放生池)의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그 장점이 많을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연꽃을 심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 때는 연꽃이 불교의 상징적인 꽃이라고 하여 몰지각한 일부 이교도들에게 수난을 당한 적도 있다.

요즈음 환경단체들로부터 산중 사찰의 생활오수가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산중 사찰들은 대부분 산세가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가 보니 몰려드는 등산객이나 신도들로 붐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옛날에 혼자서 토굴생활 할 때의 시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래식으로는 더 이상 많은 대중의 생활오수를 정화할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 대안의 한가지 방법으로 절 입구에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어 사찰에서 나오는 생활오수의 환경오염도 방지하고, 비상시에 방화수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연꽃을 심으려면 요즈음과 같은 3월이나 4월이 적기이다. 봄에 연뿌리를 분양하여 심어 놓으면 크게 손 볼일이 별로 없다. 맑은 물이 아니라도 좋으며,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란다. 5월이면 잎이 나오고 6월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9월까지 가며, 개구리도 찾아오고 물고기도 저절로 생긴다. 만약 연못을 만들 터전이 없으면 큰 통에 논흙을 넣고 심어도 잎이 나고 꽃이 핀다. 올해는 부처님전에 연꽃 공양을 올려봄이 어떠할까?

보광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