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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의 감동 소리로 재현하는 게 꿈"

기자명 남수연

10년전 ‘붓다의 노래’ 새 작품으로 완성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새 불교 음악 모색

중앙대 음악대학 정부기 교수가 자청하여 기자들을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1999년 10월 오페레타 아미타불의 초연 이후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는 처음인 셈이다. 오랜만에 마련된 공식 석상이 익숙지 않아서인지 정 교수의 옷차림은 영락없는 작업복’ 품새였다.

“간밤에 학교에서 밤을 세우는 통에 옷도 못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작업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서…”

쑥스러운 듯 말을 꺼낸 정 교수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가 이번 작업에 기울인 열정의 단면이 드러나는 듯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대학 때 ‘염불’로 공모대상



1983년 29세의 나이로 중앙대 음악대학 작곡과 강단에 선 정부기 교수가 올해로 교직 20년을 맞았다. 중앙대 교수로 함께 재직중인 박범훈, 김동환 교수와 함께 불교 음악계를 이끄는 3대 작곡가로 손꼽히는 명성에 걸맞게 그는 일찌감치 불교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초파일 송가’ ‘파랑새 울고’ ‘범종’ 등 귀에 익은 찬불가들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여 불자들의 입에서 즐겨 불려지고 있다. 그러한 그가 한 평생 전념해온 불교음악 작곡에 하나의 획을 긋는 새로운 시도를 사부대중에게 선보이려 하고 있다.

“평생 80곡 정도 작곡을 했습니다. 그 곡들 가운데 가장 아끼는 곡이 ‘붓다의 노래’입니다. 92년 첫 발표 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아쉬움과 애정이 식지 않는 곡입니다. 이번 작업은 그러한 아쉬움과 애정을 풀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1992년 발표한 합창교양곡 ‘붓다의 노래’는 총 10곡의 합창곡으로 구성된 부처님의 일대기이다. 서울 법안정사 주지 효경 스님이 직접 쓴 가사에 정 교수가 곡을 붙여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 무대를 가졌다. 총 10곡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5번곡 ‘출가’, 6번곡 ‘수도’, 7번곡 ‘마장’이 합창이 아닌 관현악 연주와 낭독으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에 완벽한 합창곡으로서는 미흡함이 있었다. 발표 무대는 1000석의 공연장에 3000명이 넘는 청중이 몰렸을 만큼 대성공이었지만 초연 이후 정식 음반으로 제작되지 못한 채 공연 실황을 녹음한 CD만이 발매됐다. 정 교수에게는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곡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듯 그는 ‘붓다의 노래’를 10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재 탄생시켰다. 이번에 발매한 두 장의 CD ‘붓다의 노래’와 ‘다시 나를 바라 보며’를 통해 정 교수는 지난 20년간 시도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창작 작업들을 모두 해보려는 듯 한껏 욕심을 내어 곡을 장엄했다.



80여 불교음악 작곡



“불교 음악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던 시대에 비하면 불교음악에 대한 요즘의 인식은 놀라운 발전입니다. 그러나 그 발전에 도취한 나머지 그만 정체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교음악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매우 미약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완전히 새롭게 편곡된 ‘붓다의 노래’는 불교음악의 정체기를 극복하고 동시에 지난 20년간 구상해온 다양한 음악 장르를 완성시킨 작업이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국악의 만남, 성악과 창(唱)의 조화 등은 정 교수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정 교수는 특히 하나의 멜로디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병창에서 벗어나 화음을 이루는 합창식의 창을 도입함으로써 불교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또한 아마추어 합창단이 아닌 17명의 전문 성악인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게 협연을 맡기는 등 ‘최고 품질’의 음악을 만드는 일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대학시절 작곡 공모전에 ‘염불’이라는 곡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수상곡 발표무대가 마련됐는데 지휘를 맡은 분이 장로로 활동하고 있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덕분에(?) 대상을 받은 제 곡이 공연에서 제외 당했습니다. ‘염불’은 지금까지 한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곡이 돼버렸지요. 아직도 그때의 아쉬움이 생생합니다.”

“불교음악 명곡을 만들겠다”는 그의 욕심은 이때부터 싹을 틔웠다. 누가 듣더라고 감동 받고 다시 듣고 싶어하는 곡을 만들겠다는 정 교수의 바람은 20년의 세월을 이어져 이제 ‘붓다의 노래’에서 그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이러한 노력이 불교 음악계에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고있다. 그 자신이 “불교 음악을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찰 합창단 지도를 맡는 것 외에 불교 음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교계의 현실”이라고 잘라 말하는 정 교수는 “노래를 하는 성악가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가, 또는 합창을 이끄는 지휘자들이 불교음악인으로 당당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듣고 감동할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하루 15시간 씩 작업하기도



지난 겨울 3개월을 집안에 틀어 박혀 앉은뱅이 책상을 도반삼아 하루 15시간씩 편곡작업에 매달려온 정 교수에게 그래서 불교음악은 이 생에 닦아야할 또 하나의 수행이 되고 있다.

정 교수가 새롭게 탄생시킨 ‘붓다의 노래’는 4월 9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 무대에서 공연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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