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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성의 삶을 들려주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캐틀린 밀러 지음 / 섬앤섬

사막에도 꽃이 핀다는군요.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곳. 하지만 메마른 그곳에서도 아주 이따금 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생명체가 살지 않던 그 대지에 붉은 빛을 띤 화사한 노란 꽃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 꽃 이름은 와리스.

책을 펼치자 소말리아 유목민 출신의 슈퍼모델 와리스 디리는 다소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사막의 삶을 들려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막 유목민들의 질기고도 강인한 생존과 귀소본능, 가축들의 목에서 울리는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와 둥근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

여행의 마지막을 사막으로 정해놓고 있는 내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 살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 하는 사막의 여자들이 이런 나의 속내를 듣는다면 얼마나 기막혀할까 내심 걱정이 앞섭니다.

와리스 디리는 이내 아프리카 사막에서 자행되는 여성 할례를 고발합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바위 쪽을 보았다. … 잘려나간 내 살, 내 성기가 바위 위에서 가만히 햇빛을 받으며 말라가고 있었다. … 오줌을 누기 시작하자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이 따가웠다. 집시여인은 오줌과 월경이 빠져나올 구멍을 겨우 성냥개비 들어갈 만큼만 남겨두고 꿰맨 것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성행위를 막는 기막힌 착상이다. 그럼 남자는 신부가 처녀라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다.…(pp.81~84)”

사막의 유목민에게는 부동산도 은행저축도 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믿을 만한 재산이라고는 낙타와 여자일 것입니다. 살림밑천인 만큼 딸들은 관리가 잘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막 어디에선가 나타난 사내와 하룻밤 연분이라도 생긴다면 상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니 애초에 단속해야겠기에 부모는 어린 딸의 성기를 잘라내고 꿰매버립니다. 이다음 결혼 첫날밤에 남편이 그 꿰맨 부분을 잘라내도록 말입니다.

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은 불결하다고 여기며 지금도 해마다 2백만 명의 여성들이 이런 죽음의 의식을 행하고 있으며, 수많은 여성들이 불결한 시술과 사후처리로 인해 끔찍한 질병을 앓고 목숨을 잃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4천년의 역사를 지녔고, 아프리카 이슬람의 종교적 행위라고 한다지만 코란 그 어디에도 이런 시술을 행하라는 구절이 없다고 하는데 걸핏하면 종교를 내세워 여성의 몸을 천시하고 혹사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고쳐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지와 오해 때문이라면 어서 일깨워주어야 할 일입니다. 여자의 몸이 그렇게 더러운가요? 여자가 남자보다 그토록 천한가요? 다른 성(性)일 뿐인데 왜 그리 귀천을 따지는가요? 그리고 사람이란 존재는 바로 그렇게 ‘더럽고 천한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잖아요.
할례를 당한 숱한 여성들이 마치 죄인처럼 쉬쉬하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어 전세계에 아프리카 여성들의 현실을 고발한 와리스 디리의 용기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녀야말로 사막 같은 그곳 여자들의 삶을 생기로 넘치게 하는 노란 야생화임에 틀림없습니다. 

동국대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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