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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정정, 정신 건강의 비결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 속 불순 제거하려는 노력

정신건강 유지하는 비결

이제 나의 육신이 노쇠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징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래도 아직 마음과 정신력만큼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자위하면서 노쇠의 무상감을 애써 물리칠 수는 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자신의 기억력이 현저하게 감퇴했음을 인정하고 나면, 그 마음이나 정신력이라는 보루마저 무너져 버린 것처럼 생각된다.

기억력의 감퇴라는 것이 대체로 육신의 생리적 노쇠 현상에 속하기는 하지만, 육신이 노쇠함에 따라 반드시 정신력도 그만큼 퇴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한자 사전인 [대한화사전]를 저술했던 모로하시 데츠지는 100세의 나이에 [공자 노자 석가]라는 책을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100세라는 연로한 나이에 저술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책에는 소설과 같은 상상력, 핵심을 추려 간결하게 제시한 구상력과 사고력이 발휘되어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육신은 노쇠하더라도 정신은 여전히 건강할 수 있음을 실증한다. 그렇다면 육신의 노쇠와 당당하게 대면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을 바르게 통일하거나 집중하는 생활을 권유하는 정정(正定)은 우리에게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로서 원용될 수 있다.

노인들의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정신을 집중하는 놀이나 운동을 권장하는 것도 그러한 원용의 사례에 속한다. 수행자에게 정정은 선정(禪定)이라고 불리는 정신 집중의 명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상의 삶으로 활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신을 통일하여 지속적인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이 정정의 실천일 것이다. 정정으로 마음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상에 마음을 집중하여 그간의 부질없고 그릇된 심리 상태를 밝고 건전한 상태로 바꾼다는 것이다.



정신집중으로 안정 도모

우리는 간혹 어떤 이유론가 실컷 흥분하여 역정을 발산하고 나서는, 나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고 변명하기 일쑤이다. 아마 그것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을 돌이켜 본 반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눈에 비치고 귀에 들리는 거슬린 모습과 말에 집착하여 그렇게 흥분하기 전에 바로 그 본심만을 붙들 수 있다면, 흥분하는 일도 역정을 발산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그 본심만을 붙들고서 다른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정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격앙된 감정에 휩싸이고 나서야, 내가 귀신에 씌었나보다라고 자책한다. 사실인즉 그 말이 옳다.

우리의 마음에는 귀신 또는 악마라고 불리는 번뇌 망상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경전에서도 “마음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거북을 노리는 늑대처럼 악마는 마음의 빈틈을 엿본다.”라고 말하면서 눈, 귀, 코, 혀, 살갗, 마음이라는 6근(根)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본심 집중해 실상 반성

우리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도 6근, 즉 여섯 감관은 개방된 채 저마다 대상과 접촉하여 그 생각을 방해하기 일쑤이다. 이에 따라 마음은 당연히 산란해지거나 혼동에 빠져 불안정하게 되므로, 정신 건강은 훼손되기 시작한다.

감관들이 제각각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번뇌 망상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번뇌 망상은 마음의 순수성을 가리는 불순물처럼 작용한다.

이로 인해 순수한 마음은 보거나 듣는 것에 의해 쉽게 동요되면서 일시적 감정에 치우치게 된다. 따라서 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관건이다. 그리고 마음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습관적인 노력이 곧 정정이다.

마음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정이다. 선정의 기본 원리는 감관들이 저마다 대상을 좇지 않도록 오직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불전에서는 집중하기에 적합한 대상을 다양하게 제시하지만, 누구나 반드시 선택하여 실습해야 할 대상은 자기의 본심일 것이다. 자기의 본심에 집중하여 그 실상을 반성하는 것은 악마로 발동할 수 있는 마음의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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