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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버지의 ‘전생의 죄’ 탈출기

기자명 법보신문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 김영사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주변에서 참 많이도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가슴을 치며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다”라고 넋두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죄업이 두터워서 평생을, 아니 제 자식과 손자들, 대대손손 그 멍에가 씌워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바로 그들입니다. 그것도 1억6천 명이나…. 자그마치 인도 인구의 16퍼센트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더럽고 부정한 운명을 타고 났기에 그저 지금의 이 한 세상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만 합니다. 그들은 자기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침을 담는 오지그릇을 목에 걸고 다녀야 했고, 더러운 자기 발자국을 지우려고 빗자루를 엉덩이에 매달아야 했고, 불가촉천민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다른 계급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팡이로 바닥을 쳐서 알려야 했으며, 아무리 목이 말라도 함부로 우물의 물을 마셔도 안 되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믿어온 신앙에 의지해서 그 가르침에 따라 천한 신분을 좀 벗어나려 하지만 그 종교에서는 신조차도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민 손을 거부합니다.

“베다를 들으면 그 귀에 납물을 부어라/베다를 암송하면 그 혀를 잘라라/베다를 기억하면 몸뚱이를 둘로 갈라라.(마누법전)”

신도 자비를 베풀지 않으니 그들은 그저 운명을 탓하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서글프게 그 죄값을 다 받았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운명에 순응하며 묵묵히 죄값을 치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아버지 다무는 전생의 죄를 참회하며 죄값을 닦으면서 일생을 지내지 않았습니다. 전생에 저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죄를 지었는지 누가 보았습니까? 그리고 다른 계층의 사람은 죄를 저지르지 않았답디까?

그는 ‘참회합니다’를 외치지 않고 자신의 숙명을 거부하였습니다. 이런 숙명 따위는 자기 아버지로 족하니 더 이상 못된 관습에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그는 아내에게도 글을 가르치고 강연을 들으러 다니게 하였습니다. 자식들도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는 불가촉천민이라는 그릇된 편견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인도사회와 맞서 싸우다가 결국은 불교로 개종한 암베드카르에 깊이 심취하였고 일생 동안 그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말 그대로 ‘재수 없는 더러운 천민’인 아버지에게서 국제적 명성을 지닌 경제학자,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 외국 언론들이 향후 인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기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있는 인물이요, 현재 인도 최상위 대학인 푸네 대학의 총장으로 있는 자식이 나왔습니다. 전생에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이럴 수 있겠습니까?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속앓이를 하면서 뭐든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선업을 짓는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또렷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난관을 정당하고 올바르게 타파해나가는 것이 바로 ‘선업 짓기’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한 사람- 저자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전생의 죄’를 완전히 벗어버린 승리자입니다. 

동국대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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