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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변화를 즐기라

기자명 법보신문

옛날 인도의 한 부자 노인이 두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떴다. 세월이 지나 둘은 따로 살기로 하고 재산을 공평하게 나눴다. 재산을 나누는 중에 다락 깊은 곳에서 꾸러미 하나가 발견되었다. 조그만 주머니 속에 두개의 반지가 있었다. 하나는 값비싼 다이아몬드로 반지, 다른 하나는 평범한 은반지.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자 형은 욕심이 생겼다. 동생에게 말했다. “이것은 아마 할아버지보다도 더 윗세대의 조상부터 물려받은 것이 분명해. 이것을 후손들에게 오래도록 전하려면 아무래도 장남인 내가 보관하는 게 어떨까? 너는 은반지를 갖도록 해라.”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난 은반지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들은 각자 길을 떠났다. 얼마 후 동생은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값어치도 없는 은반지를 굳이 남겨둔 이유가 뭘까? 반지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니 안쪽에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도 또한 하나의 변화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평소 기도였다. 세월이 지나 형제는 각자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형은 계절이 지나고 삶에 굴곡이 생길 때마다 마음의 균형을 잃었는데,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면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그의 평상심을 흔들었다. 결국 반지를 팔고 병을 얻은 그는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했다. 반면 동생은 항상 은반지 속의 글을 생각하며 살았다. 봄이 오면 봄을, 여름이 오면 여름을 즐겼고, 인생의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인생의 고비마다 반지에 새겨진 글은 주문처럼 빛을 발했다. “이것도 하나의 변화이다.”

그는 변화에 적응하며 살았다. 필요 이상의 힘을 들이거나, 초조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그는 항상 즐겁고 행복했으며, 그의 소박한 삶에는 햇빛이 들고 인생의 바람은 거칠지 않았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항상 즐거운 자세로 살았다. 과거로 인해 고통 받거나 미래의 일로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마음을 챙기는 수행의 연속이었다. 이 밝은 마음의 상태가 보는 이들에게도 기쁨이었다. 공자께서도 평소 집에서 지낼 때는 느긋하고 유쾌하셨다고(子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한다. 여기서 ‘申’은 기지개로, 신체의 편안이요, ‘夭’는 얼굴의 화사함이다. 성인들의 순응하는 자세가 이와 같다. 비우면 고요해지고(虛卽靜), 고요하면 밝아지고(靜卽明), 밝아지면 통한다(明卽通)는 노자의 가르침이 또한 쾌활하지 않는가!

장마에 접어들자 담장을 따라 심어놓은 오죽(烏竹)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장미는 한 가지에서 벌써 두 번째 꽃망울을 머금었다. 꽃을 피우는 그들도 수고가 없지 않겠지만, 인간만이 유독 시끄러운 건 아닌가 했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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