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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아버지 학교’를

기자명 공종원
최근 어느 일간신문에서 ‘아버지 학교’ 수료식 기사를 읽으며 충격을 받았다. 서울 북서부의 한 기독교 교회에서 열린 그 교회의 아버지학교 수료식에서 아버지 62명이 5주일 과정의 교육을 받은 뒤 이날 가족에 대한 ‘봉사와 헌신’을 다짐하며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했는데 참석한 이들이 모두 진지하여 눈물을 흘리는 이도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해서다.

물론 얼핏 생각하면 교회가 아버지노릇, 남편노릇을 잘하는 이들을 불러 아내사랑과 자식사랑의 교육을 새삼 베푼다는 것이 쑥스럽고 괴상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집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남편들이 새삼 아내들을 불러내 발을 씻어주는 것 같은 낯간지러운 짓을 하는 것이 못마땅하게도 여겨질 듯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정문제가 심각하기 그지없는 요즘 이렇게 나마 자식과 아내 등 가정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아버지의 역할을 일깨우는 노력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 가정의 보호를 위해 적잖게 긍정적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아버지학교는 이미 지난 95년에 서울 동부 이촌동 온누리교회에서 시작된 이래 근 8백개 교회로 퍼졌고, 심지어는 외국 땅의 한국인 교회까지도 퍼지고 있고, 그 효과도 크다는 소식이다. 가정불화와 자녀와의 대화단절로 촉발된 가정파탄이 급증하는 시대상황에 비추어도 그렇고 특히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은 이혼한다는 요즘 우리 사회의 결혼풍속도를 생각하면 ‘화목한 가정’의 회복을 위한 우리 종교들의 적극적 대응노력을 엿보게도 한다.

이들 교회의 아버지학교에 참여하는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아버지의 영향력과 사명 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주중엔 가족에게 편지쓰기, 아내가 사랑스런 이유 꼽아보기, 잠자리 들기 전 자녀와 대화나누기 등의 숙제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녀를 초청해 껴안아주는 행사도 갖는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가부장적 가정의 전통에서 살아온 아버지들에게 사랑의 표현을 가르침으로써 인생의 후반기를 가족과 함께 잘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이런 기독교계의 노력이 왜 우리 불교계에는 일어나지 않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에 배불론 (排佛論)을 펴던 이들이 흔히 거론하곤 한 것이 스님의 출가를 부모의 은혜를 외면하고 가정을 버리는 것이라면서 불교를 폄하했던 것이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부처님자신이 건전한 가정생활을 위해 수없이 부부의 도리를 강조한 사실이 여러 경전에 전하는 것을 보면 그런 오해는 무익한 것일 터이다. 부처님은 시부모와 남편을 모시는데 관해 아내들의 도리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선생자경’에는 남편이 다섯 가지 일로 아내를 높이 모셔야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바른 마음으로 공경함이며, 그 뜻에 원한이 없음이며, 다른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며, 의식을 때에 따라 마련해주어야 하며, 보배장식품을 때에 따라 장만해 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정파탄 상황이 불교인의 가정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면 절에서 스님들이 우리의 가정을 지키고 아름답게 키워 가는 지혜를 길러주기 위해 우리 불자들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노력도 불가결할 것 같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선행과 사회개혁을 위한 주장보다는 위기에 몰린 우리의 가정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리 절에서 ‘아버지 학교’나 ‘어머니 학교’가 열리고 특히 비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마저 만들어 교육하게 된다면 포교측면에서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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