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았다’고하는 거짓말만이 큰 잘못은 아니다.
이 말을 저 사람에게 전하고 저 말을 이 사람에게 전함으로써 대중의 화합을 깨는 이간질도 거짓말에 버금가는 큰 잘못이다. 율장에는 이간질에 대해서 이런 설화가 있다.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실 때 육군비구들이 이 대중의 말을 저 대중에 전하고 저 대중의 말을 이 대중에 전했다. 비구들은‘무슨 까닭으로 싸움이 생기고 생긴 싸움은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 원인은 육군비구들이 저지른 일로 자연히 알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방편으로 육군비구들을 나무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잘 들어라. 옛날에 사자와 호랑이가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밤낮으로 사슴을 잡아먹었다. 그때 들개가 한 마리가 있었는데, 항상 두 짐승을 따라 다니면서 그들이 남긴 음식을 먹고살았다. 가만히 생각하기를 ‘나는 더 이상 따라 다니기가 어렵게 되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저 두 짐승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 때 들개가 사자에게 가서‘호랑이가 말하기를 나는 태어난 곳, 종족, 모습이 사자보다 훌륭하고, 힘과 세력 또한 사자보다 훌륭하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좋은 음식을 얻는데, 사자는 내 뒤를 따라 다니면서 남은 고기를 먹고 살아간다고 하였소’라고 말했다. 사자가 들개에게 묻되 ‘너는 어떻게 그런 줄 아느냐?’ 하니, 들개가 대답하되 ‘그대들 두 짐승이 한 곳에 모여 만나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고 하였다. 이렇게 들개가 사자에게 가만히 말한 뒤에 다시 호랑이에게 가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십니까? 사자가 말하기를, 나는 태어난 종족, 태어난 곳이 모두 훌륭하고 힘과 세력도 호랑이보다 훌륭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좋은 음식을 먹는데, 호랑이는 내가 남긴 고기를 먹고 살아간다고 하였소’라고 했다. 호랑이가 묻되 ‘그런 줄 어떻게 너는 알았느냐?’고 하니, 들개가 ‘그대들 두 짐승이 한 곳에 모여 만나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뒤 두 짐승이 한 곳에 모이게 되었는데, 성난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사자는 생각하기를‘호랑이가 물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내가 먼저 호랑이에게 물어보리라’라고 했고, 호랑이는‘이것은 들개가 우리들을 싸우게 하려는 것이리라’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들은 곧 들개를 죽이고 사자와 호랑이는 다시 화합하였느니라.”
동물을 비유한 설화이지만 우리에게 흔한 일이다. 그러나 남에 약점을 이용하여 궁지에 몰아넣는 일은 수행자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중의 화합을 깨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계사 영산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