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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사라진 한 쌍의 새끼고양이

기자명 법보신문

티베트의 성자로 밀라레파(1052~?)가 있었다. 밀라레파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삼촌에게 재산관리를 부탁했는데, 그가 몽땅 가로채고 말았다. 원수를 갚기 위해 마술을 배운 밀라레파는 여러 사람을 살해했지만 자신의 소행을 곧 후회했다. 영적인 스승을 찾아 나선 그는 마로파를 만났다. 마로파는 밀라레파의 더럽혀진 업을 정화시키기 위해 맨손으로 집을 짓도록 하고, 완성되면 트집을 잡아 허물어버리면서 다시 짓게 했다. 일견 의미 없고 실망스러워도 이일은 반복 되었다. 결국 스승은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나중에 밀라레파는 동굴에서 홀로 쐐기풀만 먹으며 수행하여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날, 밀라레파가 제자인 감포파에게 법을 전하는 자리였다. 바닥에 앉아 있는 제자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난 밀라레파는 자신의 가사를 들어올려 등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이 보이느냐?” 감포파는 스승의 등에 난 수많은 상처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밀라레파가 말했다.

“이것이 내가 깨달음에 이른 방법이다. 쉼 없이 좌선하고 명상했기 때문이다. 너도 나와 이생에 깨달음을 이루고 싶다면, 이같이 노력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한참 전 일이다. 버려진 새끼고양이 한 쌍을 대중 스님이 비스킷 상자로 집을 만들어 온실에 놓고 키웠다. 사료와 분홍빛 먹이 그릇도 생겨나는 등 보살핌 속에 그들은 점차 기력을 회복해갔다. 날이 더우면 그늘로 옮겨지기도 했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잠만 자 걱정스러워 했더니, “애기 때는 자면서 큰다”는 누군가의 말에 걱정을 놓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사라지고 말았다. 대중 누구도 행방을 알지 못했다. 어미가 데려갔으리라 짐작만할 뿐. 어릴 때 선방에서 한 구참에게 듣기로는 “옛날엔 절에서 개는 안 키워도 고양이는 키웠다.”고 했다. 이유인즉, 고양이는 사람을 따라가지 않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때문이란다.

서울의 도심 포교당에서 산지도 만 사년이 넘어가고 있다. 수행의 가치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수행(기도)과 전법이 종교의 절대가치라 봤을 때, 작금의 불교계 포교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산속의 생활도 좋지만 포교라는 농사도 지어야할 텐데 말이다. 절에 가도 누구하나 따뜻이 맞아주는 이 없는 분위기, 신도들은 절에 다니기 외롭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자기 자리에 있는가? 새끼 고양이들이 머물다 떠난 뒤뜰을 거닐며, 그들이 어디서건 잘살아가길 기도했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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