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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베풀어야 할 것

기자명 이강옥
종교 조직이 그 성직자나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진정한 종교 단체란 그 종교에 대해 무지하거나 그것을 불신하는 사람조차도 거두어주면서 삶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삶의 길잡이가 되는 종교



필자는 송광사 여름수련회에 참가했는데, 그 경험은 그때까지 누릴 수 없었던 값진 것이었다. 사찰에서 자면서 예불에 참여하고 참선 수행도 하여 출가자의 생활을 실천해 보는 것은 세속에서의 내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송광사 여름수련회는 불교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종교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일정한 비율로 받아 주었다. 송광사는 줄곧 스님들의 수행 중심으로 절을 이끌어 왔지만 여름수련회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는 신도와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우리 문화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큰 비중 때문인지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사찰은 불교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정신적인 고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신도들은 진지한 참배를 위해 사찰을 찾아가지만 일반인은 그냥 유람을 위해서든 세속에 찌든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해서든 사찰을 찾는다.

그러나 사찰들이 이런 일반인을 수용해 줄 수 있는 공간은 좁고도 열악하다. 송광사 여름수련회의 경우도 지원자의 1/4도 받아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찰에서의 숙박이 여관의 경우처럼 간편치가 않아 일반인은 선뜻 용기를 내기는 어렵다.

오늘날 우리 불교계가 할 일이 산적해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일반인들을 위해 종교적 혜택을 골고루 널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일 테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찰의 전각들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우선 신도들과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되고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지내면서 저녁 예불과 새벽 예불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찰이 자상하게 배려해 준다면 어떨까. 그리고 도심에 가까이 있는 말사나 포교당은 이런 일을 위해 한층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다음으로 사찰이 아닌 곳, 예를 들자면 폐교된 시골분교를 활용하여 일반인을 위한 불교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스님들이 상주하는 그곳에서 언제든지 편안하게 숙식하면서 참선을 하고 또 모여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면 불교적 삶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송광사 정왜 스님의 말씀에 의하자면 인도나 스리랑카 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일반인을 위한 요양 장소가 많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불교 지도자들이 이런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를 위한 묘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독지가들도 자기 이름을 과시하는 사찰 전각을 짓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풀 수 있는 이런 시설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돈을 희사하면 어떨까 한다.



새로운 인식이 필요할 때



이처럼 오늘날 불교가 일반인을 위해 적극 배려를 하려는 정신은 스님들을 위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스님들은 세속 여건에 연연하지 않고 수행에 몰두해야 하겠지만, 그 수행조차도 열악한 여건에서는 잘 되지 않는 것이 자명하다. 스님들이 자기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복지 혜택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일반인에게 편리한 안식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하듯이 스님들에게도 일정기간 동안 쇠약해진 육신을 쉬게 하면서 정신적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과 제도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강옥 교수(영남대 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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