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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이 익어가면 수행도 깊어집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7.28 11:40
  • 댓글 0

현대불교연구원, ‘유식 30송’ 특강 현장

<사진설명>무더위를 잊은 회원들이 지난 7월 25일 현대불교연구원 강의실에서 유식 공부를 하고 있다.

불교에 입문한지 10년이 넘은 박영훈 거사(53, 정등).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불교에 입문한 그는 염불, 절, 참선 등 안 해 본 수행이 없어 주변에서는 일명 ‘베테랑 수행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는 요즘 다시 초발심자가 된 기분이다. 1년 전 한 사찰의 불교대학에서 짧게 접한 ‘불교학’을 심도있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어 한걸음에 달려 온 이후부터다.

수행의 벽, 공부하니 해결

“법문 듣고 수행을 하고 예불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불교학을 공부하면서 그 보다 더 많은, 더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불교를 다시 배우는 기분입니다.”

이런 현상은 박 거사 뿐만 아니다. 부산 장전동에 소재한 현대불교연구원(원장 김용환)에서 학문의 열기를 이어가는 수강생 대부분이 그렇다.

7월 25일, 현대불교연구원에서는 개원 및 수요문화강좌 1주년을 기념해 제1회 특강으로 마련된 ‘유식삼십송’ 강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디 ‘정진’이 법당에서, 선방에서만 쓰는 표현이랴. 한 여름의 더위는 오후 7시가 넘은 시각에도 찌는 듯하지만 강의실에는 고작 선풍기 두 대 뿐이어서 온몸에는 연신 땀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진지한 수업 분위기만큼은 ‘유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데 필요조건이 ‘마음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유식은 마음을 8가지의 식과 51가지의 심소로 설명합니다. 3, 4세기경 요가수행자들이 마음을 침장하여 일어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관찰하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식 30송’의 지도강사인 동아대 철학과 김명우 교수는 “유식은 어렵고 복잡하기보다 인간의 마음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한 불교 철학”이라며 이 강좌가 유식 30송과 관련된 원전과 주석서를 토대로 하는 전국 유일의 강좌라고 자부한다. 특히 이미 수행에 일가견이 있는 수강생들이라는 점도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 한 몫을 한다. 이에 대해 김명우 교수의 성토가 재미있다.

“대학 수업보다 더 긴장되는 곳이 이 곳에서의 강의입니다. 베테랑 수행자들과 전공은 다르지만 직접 대학에서 강의하시는 교수님들이 학생으로 앉아 있으니 말입니다. 세 배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해 온 이국희 씨(환희성, 45)는 이미 사경과 절 수행을 실천한지도 꽤 오래지만 교학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채운 뒤의 수행과 그렇지 않았던 때의 수행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동안 무작정하던 수행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불교 인문학과 철학의 관점을 접하고 난 뒤 수행의 환희심은 배가 된다”며 “수행을 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은 겪게 될 벽 앞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해답은 바로 교학”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수요 강좌인 『선가귀감』을 강의 할 인제대 권서용 강사(32)도 유식 30송의 수강자다. 그는 “불교 전공자들이 서로의 배움을 공유하면서 학문적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매주 수요일 대중강좌 열려

현대불교연구원의 개원은 1992년 부산 경남 지역의 불교학 전공자들이 불전 강독 모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비판불교연구회, 새불교연구회 등으로 발전한 모임은 ‘학문적 성과를 대중으로 회향하자’는 회원들의 발원과 함께 작년 4월 설립됐다.

부산대학교 철학과 김용환 교수가 원장을 맡은 연구원은 개원과 함께 지난 해 8월 제 1기 특별불교 강좌를 시작으로, 불교문화유적 답사, 불교문화강좌를 거쳐 현재 유식 삼십송 강좌로 이어졌으며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에는 대중을 위한 전문 강좌가 마련된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 소속 불교 전공자들의 연구와 소통이 이어지는 장으로도 활용, 매주 월요일에는 불교 인식론, 상윳따 니까야 읽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말 출간을 목표로 『티베트 불교 철학』공동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다. 051)581-6320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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