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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파도소리를 타고 들어가라

기자명 법보신문

앞마당 너럭바위에 앉아 더위에 지친 몸을 뒤척이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문득 깨어보니 밤은 이슥하니 깊어서 새벽으로 넘어가는데 파도소리는 잠들지 않고 묘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의 심성 그대로가 불성과 조금도 다름이 없어서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자존심마저 버리고 나면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 생기게 된다. 향엄 스님은 남양 혜충 국사를 모셔 놓은 탑묘를 참배하다가 빗자루로 마당을 쓸면서 밟히는 기와 조각을 던졌는데 우연히 대나무와 부딪치는 소리에 삶의 긴 방황을 그치고 오도를 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격하여 멀리 사형인 위산 스님이 계시는 곳을 향하여 향을 사루고 예배하면서 그때에 가르쳐주지 않고 진실하게 목숨 바쳐 참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사형님을 더욱 귀하게 생각한다면서 그 은혜야 말로 몸을 나아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능가 한다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관세음보살님은 바닷가에 상주 하면서 중생이 부르면 언제 어디서나 곧 달려가서 일체의 고통과 액란을 해결해 주겠다고 원력을 세우신 자비의 어머니다. 그래서 바닷가를 중심으로 관음신앙이 생겼으며 그 가피와 영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지처로 삼아서 내려오는 우리 불교의 대표적인 신앙이다. 하지만 그 신앙의 원형은 파도소리를 듣고서 소리가 공한 줄 깨달아서 이근원통을 이루어 일체의 고통을 건너가는 것이다.

예부터 파도소리는 세상에 있는 모든 소리의 모음으로써 불보살님의 음성과 가장 가깝다고 하며 듣는 사람은 편안하여 마치 자비로운 어머니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자비로운 품에 안긴 아이가 포근함으로 울음을 그치고 잠에 들듯이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다. 능엄경에서 설하는 이근원통은 소리를 바로 들을 줄 아는 귓속의 귀는 여섯 가지 근을 서로 포섭하여 상호 호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귀로써 보며 눈으로 듣는다는 말이다. 사실은 파도소리가 귀로 다가서거나 귀가 파도소리를 향하여 가지는 않지만 성품은 한결같이 공하고 고요하여 자성의 바다를 이루기 때문이다. 백천강물은 바다에서 만나 다툼이 사라지고 짠맛으로 일미를 이루니 그 작용으로 깊은 밤에도 쉬지 않고 파도소리로 굽이치고 있다. 그러므로 소리를 듣지만 공인 성품이나 소리의 경계가 하나가 되어 조금도 장애가 되지 않으므로 소리를 탄다고 하며 파도가 곧 물이며 물이 곧 파도이므로 번뇌가 곧 깨달음이며 위기가 바로 기회가 된다. 이를 깨닫는다면 어떤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유유자적하여 멋지게 한바탕 춤을 추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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