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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육식에 관한 생각 (1)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은 육식을 거부하지 않았다
올바른 인격, 청정함서 비롯됐기 때문

요즈음 웰빙, 혹은 참살이라는 말의 등장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가정의 식탁에도 신선한 야채가 풍성하게 올려지고, 곳곳에 생긴 채식 뷔페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는 단백질의 중요 공급원으로서 섭취가 권장되던 고기나 생선이지만, 지나친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는, 아니 가능하면 완전히 끊고 철저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 육식은 일반사람들에게도 고민스러운 먹거리가 된 것 같다. 하물며 불교도의 경우에는 불살생이나 자비, 불성 등과 같은 불교 교리와 정면으로 맞물려 있어 육식에 대해 더 큰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육식에 대한 불교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불교는 육식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종교일까? 거의 우문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불교에서 육식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승경전을 주로 접하며 그 가르침에 익숙해진 한국의 불교도에게 있어 육식은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인 한편, 초기불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스리랑카나 미얀마, 태국 등과 같은 남방불교권에서는 육식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초기불교경전에서는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육식을 명확히 금지하는 기술은 발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율장에서도 ‘세 가지 종류의 정육(淨肉)’이라 하여 보시된 고기가 자신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거나 듣거나 의심이 가는 것이 아니라면 먹어도 된다는 제한적인 규정이 보일 뿐, 적극적인 금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생물의 죽음에 관여하고 있는가 아닌가가 문제이지, 육식 자체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둘러싸고, 초기불교 역시 육식을 금지하는 입장이었지만, 당시 탁발이나 청식에 의존해서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불교승단은 음식을 취사선택할 자유를 갖지 못했고, 그 결과 육식은 불가피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만약 부처님께서 철저히 육식을 거부하는 입장이셨다면, ‘우리 불교수행자들은 육식을 하지 않습니다. 고기나 생선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절대 먹지 않습니다.’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일반사회에 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육식은 맛나고 영양가 많은 미식(美食)으로 생각되었다. 출가수행자들이 육식을 거부한다고 해서 까다롭다고 비난받을 사회 분위기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우리는 불교수행자의 육식 행위가 당시의 고행주의자들이나 일반인들, 심지어는 불교교단 내부에서조차 종종 도마에 올라 비난당하는 경우를 경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께서 육식을 철저히 거부하지 않으셨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숫따니빠따』의「생취경(生臭經)」에 의하면, 당시의 고행주의자들은 고기나 생선과 같은 비린내 나는 음식으로 인해 그 사람이 부정해진다고 생각하며 육식을 하는 불교도들을 비난했는데, 이에 대해 깟싸빠 부처님은 ‘산 것을 죽이고, 때리고, 자르고, 묶으며, 훔치고,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속이고, 그릇된 것을 배우고, 남의 아내와 가까이 하는 것.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비린 것은 아니다. 거칠고 난폭하게 험담을 하고, 친구를 배신하며, 무자비하고, 몹시 오만하며, 인색하여 베풀 줄 모르는 것.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비린 것은 아니다’라고 설하셨다고 한다.

즉, 불교는 처음부터 육식 자체를 철저히 거부하는 종교는 아니었으며, 그 배경에는 그 사람의 인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음식물이 아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청정하고 올바른 행동이라는 강한 신념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계속〉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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