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하늘에 연을 날리자
아프간 하늘에 연을 날리자
  • 법보신문
  • 승인 2007.08.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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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칼레드 호세이니 지음 / 열림원

텔레비전에서는 꼭두새벽부터 한국인 인질 살해소식이 속보로 뜨는 가운데 나는 책과 TV화면으로 분주하게 시선을 옮기면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아프가니스탄?.

TV에서 보여주는 수도 카불의 거리모습은 그야말로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건물은 다 파괴되었고 사람들의 초췌한 행색과 야윈 얼굴은 미래를 짐작할 수 없어 불안하다 못해 이젠 무표정합니다.

대체 아프간에도 나른하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는지, 총성이 들리지 않고 대학에서는 격조 높은 학문을 논하고, 거리에는 아이들과 상인들의 외침이 평화롭게 들리던 때가 있기는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놀랍게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극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30여 년 전에 시작되었음에 새삼 놀랐습니다. 1973년 군주제가 무너짐과 동시에 들어선 공화정, 그리고 소련의 침공과 사회주의의 몰락, 소련의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 이로 인해 산악지대로 숨어든 탈레반과 재집권하게 된 북부 연맹….

단 몇 개의 문장으로 간단하게 정리되는 아프간의 현대사입니다. 가만히 보면 마치 우리 역사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나라의 허리가 잘리는 바람에 비극이 잠시 쉬고 있는 중이지만 아프간은 지금도 끔찍한 공포와 굶주림, 학살과 테러와 내전이 진행 중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으나 인정이 살아 있던 시절, 겨울 하늘을 향해 맘껏 연을 날리던 소년들은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으면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각기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는데 현재 아프간 사람들이 대체로 이 세 주인공 중 어느 하나에 들어갈 것입니다.

주인공 아미르는 군주제 시절 부유한 상인집안의 외아들인데 미국으로 망명하여 소설가로 성공합니다. 하산은 계급도 낮고 배우지 못한, 아미르의 하인입니다. 아미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훗날 탈레반에게 목숨을 잃습니다. 또한 히틀러를 동경하고 아부와 처세술에 매우 능한 소년 아세프는 결국 탈레반이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아미르는 우여곡절 끝에 아프간으로 되돌아가 하산의 아들 소랍을 탈레반의 손아귀에서 구해내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엄청난 비극을 겪어야 했던 소년은 말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소년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연을 날리는 아미르의 헌신이 눈물겹습니다.

소년이 웃어야 아프간이 웃습니다. 한 순간 소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갑니다. 파안대소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가의 바람대로 언젠가 아프간도 소년처럼 미소 짓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희망의 소식이 한국에 어서 날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동국대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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