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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

기자명 법보신문

동심서 어른까지 빈틈없는 ‘포교 인드라망’

<사진설명>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 어린이 법회의 여름불교학교.

“정법사 가입시더.”
“정법사가 어덴데예?”
“포교당 모르십니꺼? 포교당이 정법사라예.”
“아이고 마, 당연히 알지예. 정법사로 모시겠십니더.”

경남 마산에서 ‘포교당’이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다. 바로 정법사를 이르는 말이다. ‘포교당’은 마산에서 대표도량이 어느 곳인가를 대변해준다. 1912년 일제 강점기 당시 민족의 의기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마산시내 중심에 산문을 연 경남 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주지 지태). 사찰 간판을 내걸기 이전부터 ‘포교당’이라고 부른 탓인지, 여전히 ‘정법사’라고 하면 생소하게 여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정법사 불자들이 택시를 타면 으레 ‘정법사에 간다’며 사찰 이름을 알리게 된 연유이다. 절 이름 알리기는 정법사 불자들의 입버릇이 됐다.

정법사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인 도량이다. 산문을 연지 95년이 됐지만 불자가 주인인 도량, 마산 시민 모두가 함께 찾는 여법한 도량으로서의 사격을 갖추게 된 것은 불과 11년간의 변화를 통해서다.

대자유치원 마산 제일로 평가

통도사 수말사 중 하나인 정법사의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지태 스님이 11년 전 주지로 부임할 당시 정법사는 ‘포교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체된 도량이었다. 전법도량으로서의 본래 목적을 잊은 듯 했다. 지태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고 난 후 처음으로 한 일은 매월 초하루 초청법회. 전국의 제방에서 덕 높으신 선지식을 초청, 감로법석을 펼쳤다. ‘초하루에 주지 스님이 직접 법을 설하지 않으면 신도가 감소한다’는 속설도 정법사에서는 예외였다. 그만큼 선지식 법석이 알찼기 때문이다. 대중 법석이 극히 드물었던 마산에서 정법사 초하루 법회는 사찰 신도 외에도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쉼 없는 선지식 초청 법석으로 정법사는 100여㎡의 법당이 비좁아 이제 법당 앞 너른 잔디마당도 법석으로 활용하는 ‘신도 많은 도량’으로 탈바꿈했다.

지태 스님이 시도한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사찰 재정을 100% 공개하는 것. 우선 이런 저런 이름으로 꾸려진 각양각색의 신도 모임을 ‘정법사 신도회’라는 이름으로 통합, 신도 조직 체계를 정비했다. 또한 계층과 직업별로 결성된 신행 단체에 재정 담당자를 별도로 임명, 매월 관음재일마다 각 신행단체 대표자와 실무자, 재정 담당자까지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명에 달하는 불자들과 함께 월례 재정보고회를 갖는다.

불교대학, 불자 1000명 육성

각 단체의 재정을 100% 공개하면서 시나브로 스님과 불자들 간에 신뢰가 쌓였고, 이 자리에서 산하 단체의 건의사항도 수렴할 수 있어 문제를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스님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게 되니 불자들의 활동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고 불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역시 인지상정일터, 정법사 신도회 이춘자(67, 대자행) 여성회장은 “불자 모두가 신도회 회장이고 도량의 주인인 곳은 정법사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사진설명>정법사 무료 급식소 보현의 집에서 점심공양을 올리고 있는 불자들.

정법사는 마산에서는 유치원 잘하는 사찰로 이름나 있다. 정법사 대자유치원은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했다. 해마다 대입에 버금갈 정도로 대자유치원의 입학 경쟁은 치열하다. 불자 어린이를 육성하는 교육도량 대자유치원의 올 정원은 240명으로, 80년간 8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대자유치원의 제일 교육이념은 인성교육으로, 정법사 영축다도회 출신 다도 사범이 직접 지도하는 다도 교실 등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동심에 사회성과 화합, 예절을 불어넣고 있다. 다도 교실은 예절과 함께 명상,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자유치원은 정법사에 있어서 포교 전초기지나 다름없다. 유치원 출신 불자들을 중심으로 어린이 법회를 결성하고 이들이 성장하면서 청소년 법회, 대학생 법회, 청년회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어린이법회에 동참하고 있는 50여명의 어린이 불자 대부분이 바로 대자유치원 출신이다. 12명의 유치원 교사들은 격주마다 직접 어린이 법회를 지도해 안정적인 법회 운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대자유치원 천명숙(40, 문수화) 원장은 “우리 유치원은 전통방식의 인성, 예절 교육에 불교의 가르침을 더해 가장 이상적이고 여법한 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92년부터 평교사를 대자유치원에서 시작한 그녀는 원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매주 어린이 법회에 빠지지 않고 있으며 ‘중학생 법회’까지 직접 지도하면서 정법사의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어 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정법사에서 출범해 지금은 마산의 유일한 청년법회로 활동하고 있는 마산불교청년회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1만 여명의 불자를 배출한 마산불교청년회는 청년회 동문들이 모여 후원회를 결성할 만큼 각별한 선후배의 정을 자랑한다. 40세 이상 불자들로 구성된 마산불교거사림회 역시 정법사를 대표하는 신행단체 중 하나.

청년 불자와 거사 불자, 주부 불자 등 계층별 신행팀이 탄탄한 정법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무료급식소와 불우 이웃 돕기에 동참하면서 각 계층별 신행모임의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으로 실천한다. 정법사 불자 35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팀은 매일 10명씩 조를 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소 ‘보현의 집’에서 독거 어르신 150여 명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한다.

신도회 체육대회는 시민 축제

정법사는 사찰 한켠에 자그마한 컨테이너를 ‘보현의 집’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 컨테이너는 정법사 불자들에게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곳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배달하고 있으며 매월 15세대에 생활비도 지원한다. 정법사는 무료급식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매월 양력 1일부터 3일까지 봉행하는 대다라니정진 시간에는 기도비 대신 쌀을 보시 받고 있다. 또 불구 용품점에서 불구와 재활용품 등을 판매한 수익금을 무료급식소 후원 기금으로 보시한다.

정법사는 내일을 위한 교육에도 진력하고 있다. 마산 유일의 조계종 신도전문교육기관인 영축불교대학은 9년 동안 1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종교에 구별 없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영축다도회’는 7년째 다회 활동을 하면서 마산을 대표하는 차회로 거듭났다. 경전 공부와 다도회를 통해 인연을 맺다보니 해마다 열리는 정법사 불자들의 가을체육대회는 마산을 하나로 묶는 인드라망이 되고 있다.

11년의 변화를 통해 95년 전통을 아우른 정법사, 그 변화의 중심에는 불자들이 있다. 그리고 불자들의 신행과 변화를 뒷받침하는 주지 지태 스님이 있었기에 변화는 성공을 거두었으며 앞으로의 10년 불사가 더욱 기대된다. www.jungbupsa.or.kr 055)245-6544
 
마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재정 100% 공개, 종무 신뢰 구현”

 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 주지 지 태 스님


“모든 불사는 역량 있는 실무자들에게 맡깁니다. 그것이 최상의 포교 방법입니다. 주지 스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정법사의 성공 비결’을 묻자, 주지 지태〈사진〉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스님은 수행자, 불자는 운영자’라는 스님의 사찰 운영관은 정법사를 마산을 대표하는 포교도량으로 거듭나게 하는 동력이 됐다.

“이름만 포교당이지 기실 명맥을 유지하기에도 어려울 지경이었습니다. 구하 스님이 창건하고 경봉 스님이 초대 주지를 맡았던, 그래서 마산 출신 독립운동가인 장지연 거사가 곧잘 찾아와 독립운동을 위한 회의 장소가 됐던 이곳이 주지 부임 초기만 하더라도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습니다. 95년의 전통을 바탕으로 ‘진짜 포교당’으로 거듭나는 일이 정법사가 당장 일구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실천승가회 회원으로서 민주화 운동의 일원으로 격동기를 보냈던 지태 스님은 정법사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통도사에서 종무소임을 맡았으며 통도사유치원, 창원유치원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 스님은 사찰 운영에 필요한 종무에 누구보다 밝다. 하지만 스님은 불자들과 실무자들에게 사찰의 모든 운영을 맡기다시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불자들도 재정 보고 회의가 사찰 발전을 위한 토론회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사찰 운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태 스님은 “열린 운영, 투명 경영을 하면서 신행단체 간 교류가 활성화 됐다”며 불자간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짚었다. 스님은 이어 “많은 불자들이 일으킨 도량이 어느 개인의 원력으로 일으킨 도량보다 더 의미가 크다”며 십시일반 보시행을 강조했다. 정법사는 지태 스님의 원력에 따라 불자들을 주축으로 한 불사추진위원회를 구성, 불사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스님은 수행자일 뿐 운영자가 결코 아닙니다. 스님은 스님답게, 불자는 불자답게 살아간다면 사찰은 자연스럽게 운영되리라 확신합니다.”

 

NGO-환경운동 함께하는 시민도량

10년 후 정법사는

10년 후 정법사, 우선 2640여㎡에 불과한 사찰 대지 면적이 5280㎡로 두 배 가량 확대된다. 사찰 부지 뒤편의 사택들을 추가로 매입, 경내를 정비한다.

정법사의 희망을 담은 청사진의 기본은 21세기에 맞는 다기능 포교당으로서의 사격을 구족하는 것. 다양한 계층의 불자들이 요구하는 신행 및 문화, 포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백화점 같은 포교당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100여㎡에 불과한 자그마한 법당 자리에 3층 규모의 만불전을 조성, 초하루 법석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문화, 포교 프로그램과 함께 계층별 정기 법회, 특별 강좌 등을 개설한다. 2008년 부처님오신날 이후 본격적으로 만불전 조성 불사를 추진한다.

마산을 대표하는 NGO들과의 교류도 시행한다. 시민단체 및 환경 운동가들에게 모임 장소를 제공, 정법사가 곧 마산 시민운동의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 선방도 운영, 시민들의 정신적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꾀한다. 이러한 포교 환경을 바탕으로 정법사 산하 단체들은 각자의 특성과 기능에 맞는 활동을 펼쳐 마산을 대표하는 신행 단체로 성장하게 된다.

정법사에서 가장 취약했던 초보 불자 관리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초하루 법회 때마다 초보 불자들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사찰 예절과 기초 교리를 지도하는 등 초발심 불자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시스템을 마련한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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