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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出家)와 출세(出世)

기자명 법보신문

청아 스님
대전 자광사 주지

출가 입산하는 스님에게 출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스님으로서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원효 스님께서도 그 뜻을 밝혀 ‘세속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윈 것’이라고 출가의 의미를 분명히 하셨다. 몸으로는 부모형제들과의 세연을 끊는 것이며, 마음으로는 번잡한 세상일들과의 인연을 벗어나 상구보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출가의 인연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출가의 뜻은 이와 같아서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것이다. 이렇게 출가한 스님들은 불가(佛家)를 이루는 일원이 되어 각각의 근기와 인연에 따라 수행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가도 자체적으로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국제사회나 국가와 같은 사회와 종횡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면서 더 큰 세상을 함께 이루고 있다. 따라서 승가의 일원으로 또는 불교계의 일원으로서 열심히 정진해 각자의 수행공부를 나름대로 이루게 되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로 나아가 회향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출세라고 한다.

그러면 세속인들의 출세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세속인들이 소위 말하는 출세는 ‘남들보다 더 잘사는 것’으로 이를 목표로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나간다. 자신의 노력으로 혹은 부모형제들의 도움이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로 이어지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계발한다. 이러한 노력은 평생 이어지기도 하는데 주로 이런 노력의 결과로 출세를 하게 된다. 출세의 현실적 결과물로는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얻게 되기도 하고 또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가족, 사회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하기도 한다.

세속인들의 출세가 이렇다면 스님들은 출세는 과연 어떠할까. 혹자는 스님들에게 출세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맞는 일인가, 또 스님도 출세를 하여야 하는 것인가하고 반문하겠지만, 스님들에게 출세는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실현이다. 스님들이 중생을 교화하지 않으면 교화되지 않은 중생들이 출가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하화중생의 출세는 최소한 교단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회향으로 보아야한다. 이러한 출세의 바탕은 물론 출가정신이 돼야 할 것이다. 상구보리의 출가정신을 성취하지 못한 하화중생은 하화중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불교계를 돌이켜보면 상구보리의 출가정신을 상실한 채 오직 하화중생의 미명아래 출세에 급급한 스님들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스님들의 잘못된 행동은 뜻있는 불자들로 하여금 스님들의 자질문제와 함께 바람직한 승려상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야기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종단이나 총무원 혹은 영향력 있는 단체 내의 높은 자리에 있는 스님들이나 재정이 넉넉한 큰 절의 주지 스님들 중에 극히 일부 스님들은 상구보리를 성취한 시은을 갚기 위하여 출세하여 회향하기보다는, 세속인들의 출세정신에 물들어 남보다 더 많은 돈과 더 큰 권력 그리고 더 높은 명예를 추구하고자 세속인들의 출세방법을 따르는 경우가 왕왕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심지어 종단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종헌종법도 세속인의 출세 방법을 그대로 원용하여 제도화함으로써 이를 정당화하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스님들은 들고 남이 분명하여야 한다. 수행자의 출가정신을 상실한 출세는 출세가 아니라 퇴속(退俗)이다.

이는 승복과 가사를 수한 채 퇴속함이니, 눈먼 장님도 속이지 못하거니와 그 과보는 독안에 숨어도 결코 피하지 못한다. 상구보리의 출가정신으로 가행정진에 매진한다면 세상에 굳이 나아가지 않아도 우주가 스스로 받들게 됨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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