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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와 양심적 보도

기자명 법보신문

덕 진 스님
정토사 주지

몇 달간의 진통 끝에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졌다. 이제는 여권 혹은 또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과정이 남아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누가 링 위에 오르는지 봐야 하고, 또 마지막 결전을 지켜 봐야하는 의무가 있다. 이처럼 대선 얘기에 휘둘린 지도 벌써 일 년은 족히 넘어서는 것 같다.

언론이란 입법 행정 사법에 이은 제4부라고도 하고, 제3의 권력기관 또는 ‘사회의 공기’라고 할 만큼 그 영향력은 자못 크다. 또 그 영향력 만큼이나 정론과 직필의 정의로움을 요구받는 게 바를 언론의 사명이자 존재의 이유다. 언론은 한 가문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를 맑게 하고 이를 가로막는 부정을 감시해야 하는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의 계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늘 대선에만 관심 있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고 알릴 권리를 주장하며 언론인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구미에 맞는 대로, 여과 없이 마구 보도를 하는데 이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작금에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일부 방송들까지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법이 정한 예비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몇 명만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샅샅이 보도하고 있다.

이런 후보들이 외쳐대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은 물론이요, 심지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방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반면에 그 후보의 정치 철학이나, 그 정치 집단의 정책에 대해서 신중히 따져보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일부 신문이나 방송이 경선 선두그룹에 있는 후보자의 전용 홍보매체인지, 국민을 위한 언론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뉴스거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통령 선거 운동이 공고되기도 전에 모든 예비 후보를 공정히 알리는 것도 아니고, 특정 후보 서너 명의 말만 계속 전한다면 이것은 사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 군소 경선후보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 그리고 후보들이 결정되면 그들의 철학이나 공약을 윤색하지 않고 보도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무식하거나 정보에 어둡지 않다. 카메라 앞에서 연출을 하는 후보자 모습만 보여주거나, 자신의 입장만을 말하는 것을 사실 확인 없이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신문은 이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선거보도뿐만 아니라, 사실 보도에만 집착해서 국가의 보안이나 국익에 반하는 보도를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또 사건을 다루면서 범죄 방법을 상세히 가르쳐주는 보도도 자제해야 한다. 이런 것이 언론의 양식이며 사명이라 생각한다. 지난 시기 독재 권력과도 싸우던 언론이 지극히 민주화된 요즘의 세상에서 균형 감각을 잃은 독설을 쏟아내며 막말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나라 경제가 무너져 힘들어 한 것이 불과 십 년 전이다. 십년의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일구었고 그 결과 외형적인 경제지표는 십 년 전보다 좋아졌다. 다만 늘어난 여성취업자나 공장의 이주 등으로 인한 실업의 증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은 어두운 그림자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들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있으니 3D 산업현장에는 일꾼이 없다는 현실이다. 놀아도 힘든 일은 안하는 사회가 되어있다는 점이요, 이 틈을 외국의 이주노동자가 메우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현 정부라고 다 잘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하는 것은 잘 한다고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언론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들의 이익이나 입맛에 맞는다고 잘하는 일을 모른척하고 잘못된 점만 들추어내는 것은 바른 언론의 길이 아니라고 본다. 일부 거대 언론들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취향에 맞추어 그림자 진 한쪽 면만을 부각시키는 논지를 고집한다면 미구에 다수 대중들로부터 버림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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