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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권위의 상징이 아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언제부터인가 보살계를 설하는 자리에 계사나 증사로 추대되는 스님들이 번쩍이는 금색의 가사를 입고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금색의 가사는 흔히 금란가사를 일컫는 것으로 금색비단 바탕에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이 있는 가사이다. 이런 가사는 봉건시대에 황제나 국왕이 신표의 예물이나 혹은 왕사와 같은 일종의 벼슬과 함께 내리던 권위의 옷이었다.

지금 계를 주는 스님들이 입는 금색가사는 이러한 금란가사의 모방이며 따라서 은근히 권위적인 것을 나타내고 있다. 원래 계를 줄 때 입는 가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착용하던 가사를 입는 것이며 따라서 금색의 가사는 부처님이 허락하신 옷은 아니다.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가사라고 전해지는 금색가사가 소장되어 있지만,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며, 다만 진실의 여부를 떠나 옛 사람들의 소박한 신심의 산물로 보는 것이 옳다.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펴시던 초기에는 사람들이 버리는 천을 모아 옷으로 만든 분소의라는 것을 입었으며, 가사가 제정된 뒤에도 사치스러운 옷감으로 옷을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비단이나 문양을 넣은 것, 단색의 모직과 원색의 재료는 피하였는데, 수행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좋은 옷을 입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색에 있어서도 괴색을 사용하라고 한 것은 일반사람이면 욕심을 내지 않을 정도로 본래의 색을 파괴한 것, 즉 탁하거나 바랜 색깔로 만들어 입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율장에는 검은색, 청색, 목란색 등 세 가지 색을 하나하나 물들여 쓰라고 되어있는데, 이렇게 원색에서 위의 세가지 색을 물들여 본래의 색을 없애는 것이다. 또 새 천의 경우에는 낡은 천을 덧대어 기워 입어야 하며, 오래 사용하여 기운 조각이 25조가 넘으면 더 이상 가사로 사용하지 않는다.

가사는 수행자의 옷이기에 귀중하게 취급되어야 할 것 같지만, 부처님 시절에는 가사는 늘 입는 평상의 옷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앉거나 누울 때 이부자리처럼 사용도 하였던 것이다. 법회나 의식이 있을 때라야 입는 우리나라 가사가 고급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형식적인 것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승복가게마다 경쟁하듯 비싼 가격의 승복 값은 지족할 줄 모르는 우리 승가의 부끄러운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송광율원 교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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