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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寫經하듯 사니 지혜가 ‘몰록’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09.17 10:24
  • 댓글 0

대구 이웃절 첫 사경법회 현장

<사진설명>대구 이웃절에서 발우공양을 마친 회원들과 주지 원일 스님이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경을 써내려가고 있다.

대구 북구 태전동에 위치한 이웃절(주지 원일)에서 처음으로 사경 법회를 여는 날이었던 지난 9월 5일. 1년 전부터 대구 지천에 위치한 극락사에서 진행되던 사경수행이 대중들과 좀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극락사 포교당 이웃절에서도 열리게 된 것이다.

사경수행하면 보통은 작은 책상 앞에서 붓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가는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웃절에서의 사경 수행은 준비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불생가비라 성도 마갈다 설법바라나 입멸구시라…”

사경을 위한 준비는 오간데 없고 두 줄로 마주 앉은 40여명의 불자들이 발우공양을 위한 오관게를 외고 있는 것이다.

발우공양으로 먼저 ‘마음공부’

원일 스님의 죽비소리로 시작된 발우공양은 기존의 극락사 베테랑 사경수행자들과 초보자들이 서로 어우러져 1시간여 동안 고요하고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간혹 들리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 없이 스님의 죽비소리로만 진행되는 발우공양은 초보자나 베테랑 모두에게 어렵고 또 귀한 경험이다.

사실 사경 전 발우공양을 하는 것은 대구 극락사에서 진행돼 오던 방식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1년 전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정성스레 발우공양을 마친 사경수행자들이 30여 분간의 행선을 마친 후 본격적인 사경수행에 들어섰다.

경력보다 ‘집중’이 우선

“일자일불 일일일경(一字一佛 一日一經) 이라고 했습니다. 사경을 할 때 한 글자 한 글자가 그대로 부처님이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빠짐없이 써내려가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원일 스님의 지도로 시작된 사경 수행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이웃절에서는 첫 날이지만 이미 사경수행에 익숙한 극락사 베테랑 수행자들이 대부분이기에 들고 나는 숨소리조차 하나 된 듯 고요하다.

제법 익숙한 솜씨로 먹을 갈고 날카롭게 붓 끝을 세워 세밀한 부분까지 그려내는 그들의 손놀림은 마치 개미가 먹이를 옮기듯 정성스럽고, 나비가 꽃을 향해 살며시 다가가듯 조심스럽다.

“사경을 한다고 해서 단순히 경전의 글씨를 베껴 쓴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우리가 경전을 쓰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스럽게 경전을 쓰듯 매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아간다면 분명 불자로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미화·57·정진행)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한 획을 긋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수행의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한지 얼마나 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사경을 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이희수·49·불법화)

“원력을 세워 이번 경전을 끝까지 다 마치겠다는 발원을 하고 매일매일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경하면 흐트러졌던 마음도 자연스럽게 곧은 선처럼 바로 잡아집니다. 언제나 초심자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사경을 하니 저절로 지혜가 생기는 듯해요.” (나영혜·29·무애심)

쓰다보면 절로 행복 느껴

앞으로 이들은 금강경과 관세음보살보문품, 무구정광다라니까지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경 후 절첩과 두루마리 기술까지 습득,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해 정성을 더할 계획이다.

일자일불의 마음으로 2시간이 넘도록 한자리에 앉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사경하는 이들의 얼굴과 마음에서 따사로운 아침 햇살보다 아름답고 고운 빛이 법당을 환히 비추는 듯하다. 053)327-0788
 
대구=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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