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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초승달과 크로와상

기자명 법보신문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되어 여름 내내 이목을 집중시키던 인질들이 풀려났다. 그 와중에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ies)’라는 이슬람권의 적십자 단체가 십자가 대신 심벌로 쓰는 ‘초승달’이었다. 어떤 특정지역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쓰는 기호(sign)와 상징(symbol)을 잘 알아야 한다. 구분이 모호하겠지만 상징은 심상(心象)을 부여하기 때문에 기호보다 심층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국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별 문양이다. 60개국 이상에 별 문양이 등장하고 있다. 별은 최고(supreme)를 상징하며 오각형이다. 그리스인들은 일찍이 이것을 황금분할(golden section)이라고 불러왔다. 이 오각형 내에 모두 대각선을 그으면 별의 형상이 얻어진다. 이 별은 분할된 어떤 부분도 황금분할을 이루는 특이한 도형이다. 부분 속에 전체가 재현되는 형상을 혼돈이론에서는 프랙탈이라고 부르는데 이 오각형은 전형적인 프랙탈적 형상을 보여준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나라는 대부분 국기에 초승달을 그려 넣는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모하메드(572~632)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히라 동굴에서 알라의 첫 계시를 받은 밤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어로 ‘ISLAM’은 ‘자발적으로 알라의 뜻과 명령에 순종 한다’는 의미이다. 초승달은 이슬람의 성스러운 상징이라 이슬람 사원의 첨탑에는 항상 초승달이 걸려있다. ‘크루아상(croissant)’이라는 빵도 프랑스어로 ‘초승달’의 뜻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17세기 후반 유럽의 기독교 세력과 중동 이슬람 세력 간의 전쟁에서 합스부르크 왕조가 오스만투르크 대군을 물리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는 뜻에서 적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방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이것을 오스트리아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에게 시집가면서 빵도 함께 프랑스로 건너갔다고 한다.

구류동거일법계 九類同居一法界
자라장리산진주 紫羅帳裏散眞珠
아홉 종류의 중생이 한 법계에 사는 것이
붉은 장막에 진주를 흩어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라.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남을 배척하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관점이 바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굽어보인다. 내가 느끼는 불평등이 남으로부터의 부조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견(正見), 바른 견해’를 갖추는 것이 바른 삶의 시작이다.

외국 여행을 가면 아침 공양에 다른 빵보다도 바삭 구운 토스트를 먹는 편인데, 앞으로 더더욱 크루아상은 먹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번일로 혹여 이슬람 세계를 경시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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