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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부대 선봉…200여 불자 ‘하얀 밤’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10.08 10:33
  • 댓글 0

수행 열기 뜨거운 ‘24시간 개방 조계사 철야정진’

<사진설명>24시간 산문을 개방하고 1000일 철야정진을 하고 있는 조계사에는 직장인들이 동참하는 등 수행열기가 뜨겁다.

9월 23일 오후 7시.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거나 가족들과 오붓한 한 때를 보낼 저녁 시간.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천수경 독송이 시작됐다. 대웅전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대략 200여 명. 조계사 스님의 굵은 목소리 위로 낭랑한 천수경 독송이 합창이 되어 울려 퍼진다. 약 30분간의 천수경이 끝나자 곧이어 “약사여래불”의 명호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염주를 손에 들고 목탁소리에 맞춰 명호를 부르며 절을 시작했다. 그리고 9시를 넘길 무렵 법당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250여 명의 사람들이 정진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날은 지난해 11월 조계사가 새 삼존불을 봉안하면서 1000일 철야정진을 발원하고 두 번째 100일 염불수행 정진을 시작한 날이다. 조계사는 전날인 9월 22일 첫 번째 100일 염불수행을 회향했다.

염불정진하며 새벽까지

조계사의 최종현 과장은 “삼존불이 대웅전의 새로운 주불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1000일간의 철야정진이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 100일 간의 1차 정진을 진행하며 조계사가 24시간 문 열린 수행도량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밝혔다.

조계사의 염불수행은 100일 단위로 1차 100일 석가모니불 정근, 2차 100일 약사여래 정근, 3차 100일 아미타여래 정근 순으로 돌아가며 1000일간 진행된다. 주말에는 다라니 수행만 진행하고 있다. 수행은 매일 저녁 8시부터 2시간 정진 후 10분 휴식의 형식으로 새벽 예불시간까지 이어진다.

회사원 퇴근 후 속속 동참

조계사 1000일 철야정진의 특징은 도심 속 사찰인 만큼 인근 회사원들의 참여가 적지 않다는 것. 이전에는 저녁 9시면 조계사 내 모든 법당의 출입이 금지돼 마음 놓고 수행할 수 없었지만, 1000일 철야정진을 시작하며 24시간 산문을 개방한 이후에는 인근 직장인들의 참여도 부쩍 늘어 철야정진 동참 인원이 평균 80여 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휴일을 하루 앞둔 평일 저녁에는 일반 불자들뿐 아니라 회사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개천절을 하루 앞둔 10월 2일 저녁 철야정진에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어린이부터 넥타이를 맨 2~30대 회사원, 백발이 성성한 70대의 노보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불자들이 용맹정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위패를 조계사에 모신 인연으로 이번 정진에 참여하게 됐다는 이준혁(32·롯데호텔 관리팀 근무) 씨는 “불규칙한 회사업무 때문에 매일 오지는 못하지만 틈틈이 틈나는 데로 조계사의 수행에 동참하고 있다”며 “수행을 시작한 뒤로 마음이 한결 밝아지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고 했다.

종로 복판에 수행 새 바람

조계사의 24시간 수행풍토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들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유흥가가 밀집된 종로와 인사동과 인접해 취객들이 밤늦게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등의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 밤늦게까지 염불소리가 경내 가득 울려 퍼지면서 이제는 취객이나 인근 노숙자들의 난동도 모두 사라졌다.

조계사는 “산문을 24시간 개방해 수행을 원하는 불자들이 언제든지 정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신도들도 부쩍 늘어났다”며 “3년 뒤 1000일 철야정진을 회향할 때쯤엔 24시간 수행자들도 붐비는 조계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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