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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걸어온 길, 세계 비구니史 되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7.10.08 14:34
  • 댓글 0

묘엄 스님 主講 50주년 기념논총 발간
현대 비구니사 21편 논문으로 재조명

“니가 승중(비구니)이 되어 잘해서 승중계에 혁명을 일으켜서 큰 중이 되면 안되나.”

성철 스님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출가한 청담 스님의 딸은 그로부터 13년 뒤 한국 최초의 비구니 강사가 되었고, 후일 봉녕사에 한국 최초의 비구니 율원을 개원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한국은 물론 세계 비구니사의 물길을 터가는 과정이었다.

국내 최초의 비구니 강사

한국 최초의 비구니 강사 묘엄 스님〈사진〉의 주강 50년을 기념해 봉녕사승가대학이 기념논총을 출간했다. 이 논총에는 묘엄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은 제자들과 인연이 있는 학자, 스님들의 논문 21편이 수록됐다.

해외에서는 한국 비구니승단이 남녀평등 승가의 상징처럼 추앙되고 있지만 사실상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실정 또한 ‘평등’을 논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도 한국의 비구니들은 비구들로부터 계를 받아야 했고, 지금까지도 비구니 8경법에 따라 비구들에 대한 예경을 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예 비구니계가 소멸된 스리랑카나 미얀마 같은 나라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비구니들은 상당히 평등화된 승가공동체의 일원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배경에는 경봉 스님, 운허 스님과 같은 대강주로부터 수학을 받고 강사가 된 후 봉녕사 승가대학을 열고 국내 최초로 비구니 율원을 설립하기까지 수많은 비구니 강사와 율사들을 배출해낸 묘엄 스님의 힘겨운 노력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부산대 김용환 교수는 「묘엄 스님과 한국비구니강원」에서 “1958년 동학사에서 첫 강의를 시작한 이래 1974년 봉녕사 비구니 강원 설립, 1992년 다섯 비구니에게 전강, 1999년 국내 최초의 비구니 율원인 봉녕사 금강율원 개원 등 묘엄 스님의 주강 50년 세월은 한결 같은 발자취요 뜻깊은 결실”이라고 격찬했다.

또 「현대 한국 비구니 이부승 구족계 수계제도의 부활」을 발표한 버지니아대 석담 스님은 “한국 불교계에서 비구니 이부승 구족계 수계제도가 정립되기까지 묘엄 스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석담 스님은 “2000년대초까지 한국 비구니 원로 스님 중에 율장 전문가는 묘엄 스님 단 한분 뿐이었다”며 “25년 동안의 줄기찬 노력 끝에 한국 비구 비구니 승단은 율장에 명시된 비구니 이부승 구족계 수계의식 절차에 대한 조항을 거의 준수하기에 이르렀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과 논쟁사안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비구니계단 복원에 큰 기여”

한편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은 「강사등호칭유래소고(講師等呼稱由來小考)」에서 “비구니들도 승보(僧譜)에 이름을 편입시키라”고 제안했다.

월운 스님은 “중국에서도 일찍이 니강(尼講)이라 하여 비구니의 강경이 공식화되었고 우리나라도 신라 때 왕비가 출가하고 고려조에도 문도난(門徒欄)에 비구니가 들어있을 정도였는데 무슨 이유로 비구니에 대한 대우가 그렇게 천박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출가했을 무렵 ‘비구니는 승적이 없다’, ‘비구니는 법상에 오르지 않는다’, ‘비구니는 주지를 안한다’는 말이 통설처럼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비구니율원 설립

월운 스님은 “비구니집단은 이미 승적도 완비되었고, 종단 내외에서의 역할도 커졌으니 이 소속감과 의무감도 공유해야 되겠다는 뜻에서 수보(修譜) 즉 승보에 편입시키는 논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권유했다.

월운 스님의 권유와, 석담 스님 등 비구니 학인 스님의 의지, 그리고 묘엄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비구니 스님들의 연구성과가 담긴 「묘엄 스님 주강 50주년 기념 논총」은 세계 여성 불교계를 선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 비구니들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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