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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 스님]탐욕은 허기진 마음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당시에 한 여자 거지가 있었다. 모든 거지의 가난이 그렇듯이 이 여자 거지도 베푼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느 날 그녀는 부처님께서 한 장자의 초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부처님은 자비로우시기 때문에 옆에 있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겠지’ 생각하고 따라나섰다. 그녀는 공양 자리에 참석하여 부처님께서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렸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무엇을 원하느냐?”

여자거지가 대답했다. “먹을 것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무엇이든 함께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내가 주는 것을 그대는 거절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는 음식을 여자거지 앞에 내미셨다. 음식을 본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평생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받는 것은 익숙했지만 거절하기가 이토록 어려운지 스스로도 놀라며 간신히 아니라고 말했고, 부처님은 음식을 주셨다. 그 여자거지가 음식을 받아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신의 배고픔은 단순히 음식 때문이 아니었다. 뭐든지 얻으려하고 소유하고 끝없이 바라기만 하는 욕망이 진정한 가난이고 배고픔이었다.

수행자의 정신은 이런 소유욕과 끝없는 탐욕으로부터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 탐욕은 심리적 허기다. 소유하려는 마음, 소유한 물질에 대한 집착, 반드시 나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깊은 질곡이다. 대승보살의 수행덕목에 육바라밀(paramita)이 있다. 이것은 ‘초월적 행동’이다. ‘paramita-파라미타’는 ‘para-강 건너편’과 ‘mita-자리에 있는 사람’이 합해진 글자다. 여기에는 ‘완벽하다’는 의미가 있다. 이 여섯 가지의 초월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살-bodhisattva’라 한다. 이것은 ‘bodhi-깨어 있는 마음’과 ‘sattva-그런 깨달음에 이른 사람’을 말한다. 그는 자비와 사랑을 지닌, 그리고 그 길을 가려고 서원을 지닌 이다.

도심 속에만 있으니 지금 산천에 무슨 꽃이 피고 지는지 모르겠다.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이 수 없이 많다. 그중에 크로버의 네 잎은 ‘행운’이다. 성(聖) 패트릭(386~461, 아일랜드)이 사랑, 희망, 믿음의 3위 일체에 비유하고 네 번째 잎을 행복이라 한데서 유래한다. 네 잎 크로버가 생기는 원인은 생장점이 상처를 입는 데 있다고 한다. 즉 운동장이나 길 가의 많이 밟히는 곳에 네 잎 크로버가 있지 인적 드문 꽃밭에는 행운의 상징이 자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운동도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야 잘 넘어지지 않는다. 요즘 불교계를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네 잎 크로버’가 자라기엔 우린 아직 너무 높은 건 아닌지.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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