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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참회하는 삶

기자명 법보신문

참회, 반성 통해 청정성 회복하는 것
참회 통해 용서구하는 것이 참 용기

벌써 몇 달째 각종 언론 매체를 장식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건이 있다. 세상 살다보면 입이 쩍 벌어질만한 사건 몇 가지쯤이야 듣고 보기 마련이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골고루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 그 자체이다. 게다가 불교계의 인사들이 사건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놀란 가슴에 다시 한 번 폭탄을 던졌다.

한창 이 사건이 화제가 되었을 무렵, 필자의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오계만 잘 지켰어도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정당한 노력 없이 쉽게 돈과 명예를 얻고자 한 것은 도둑질이고,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맺은 것은 음욕을 저지른 것이며,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끝도 없이 수많은 거짓말들을 되풀이해야 했다. 또 직접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뿐이지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이 없다고 어찌 단언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 자체보다 그 후의 흐름이 더 마음에 걸린다. 물론 이 사건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덮어질 수 없는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인간이 한 순간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토록 큰 결과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우리 역시 돈과 명예 등 자신의 이익 앞에서 얼마나 비겁하게 악과 타협하는 일이 많은가. 문제는 그 이후다. 정치계는 물론이거니와 불교계, 미술계, 재계 등의 중요인사들이 줄줄이 관련되어 있건만, 어찌 된 일인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참회의 정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왔던 불교계 역시 이번에는 서로 책임 전가로 정신없다. 그 결과 걷잡을 수 없이 일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것은 필자뿐일까. 참회의 진정한 실천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새삼 돌아보게 되는 요즈음이다.

참회의 산스크리트 원어에 관해서는 약간 논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끄샤마(kSama), 그리고 데샤나(deCanA)·쁘라띠데샤나(pratideCanA)가 거론된다. 전자는 끄샴(kSam)이라는 동사로부터 파생된 명사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하기를 청하는 것이자 이를 스스로 참고 인내하며 괴로움을 달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후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하여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참회라는 말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죄와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참회가 지니는 이와 같은 의미는 특히 스님들의 생활 속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비구스님들이 지켜야 할 율 조문은 250여개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일부의 극중죄를 제외하고는 전부 참회를 통해 청정을 회복하게 된다.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이를 다른 스님들 앞에서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이에 따른 모든 불이익을 감수한 후, 진정한 반성을 통해 청정을 회복하여 가벼워진 심신으로 수행에 다시 전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드러내어 고백한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쉽겠는가.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허물은 감추고 싶고 덮어버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벗어버릴 적당한 때를 놓쳐버린 허물은 평생, 아니 다음 생까지도 어깨에 짊어진 채 가야 한다. 세상에 어찌 허물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혜, 그리고 이를 드러내어 진정으로 용서를 빌 수 있는 용기인 것이다. 참회는 단지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비쳐주며 올바른 생활로 인도해 가는 삶,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싶으셨던 참회의 삶이리라.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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