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우학 스님 ‘PD 수첩’을 보고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7.10.17 18:02
  • 댓글 0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불자들이 낸 보시금 승려 개인 사욕에 탕진
인맥-파벌 청산부터…포교 일선 ‘자괴-참담’
자정-개혁 없을 땐 ‘한국불교’ 자멸할 수밖에
  

늦은 밤에 아는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바로 MBC TV를 보라는 것이었다. ‘PD수첩’이었다.

‘마곡사 사태’와 제주도 관음사 사태‘가 집중 보도되었다.

공찰의 주지 임명에 금전거래가 이루어지고 폭력이 난무하는 꼴사나운 이야기들이 증인의 입을 통해 여과 없이 늦은 밤을 뒤흔들었다.

종회의원이 되고 공찰의 본말사 주지가 되려면 얼마만한 돈은 써야한다는 것이 이미 스님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렇게 공중파를 타고 만천하에 명명백백하게 드러나고 보니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자괴감마저 느끼게 한다.

지금 우리절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의 지침에 따라 ‘조선일보 구독거부운동’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행태가 백번 잘못하였다하더라도 그 빌미를 제공한 불교교단도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신정아 사건’이 일파만파가 되어 온 불교교단과 종단이 오물을 뒤집어쓰듯 낭패를 본 것은 그 문제의 발단이 우리 내부에도 어느 정도 기인했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MBC ‘PD수첩’은 그런 부분도 언급했다. 계파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화합을 가장 생명으로 하는 승가가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이전투구 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다. 94년 개혁을 부르짖던 세력들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고 기자는 꼬집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승가는 깊이 자성해야한다.

수행에 있어서 가장 큰 병중의 병은 무기(無記)이다. 무기에 빠져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구제불능이다.

현재 우리 승가가 돈과 권력에 매달려 허우적대는 양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종교인들은 이를 은근히 관망하며 즐긴다.

왜 비싼 시주밥을 먹고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돈이 없다.

오늘 낮에 종회 재정분과위원회와 총무원 기획 감사팀에서 재정실태를 점검한다는 명분하에 다녀갔다. 조계종 직할의 사설사암 중에서 1년 결산가액이 1억 원이 넘는 사찰이 고작 16개라고 하였다. 1억 원이라면 웬만한 직장의 고급간부가 받는 한 사람의 연봉밖에 되지 못한다.

종단의 재정확충을 위해서 사설사암의 분담금을 높이려는 생각은 크게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사설사암은 대부분 우여곡절 끝에 자수성가한 경우이다. 교단이나 종단은 그런 점을 십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계종의 종단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어서지 않았는가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심사찰 또는 포교당들이 십중팔구는 개원하자마자 퍽퍽 쓰러지고 있음도 알아야한다. 낮에 찾아온 실사팀에도 말했지만 어린이 법회 등에 신경을 쓰는 절은 공찰보다 사설사암이 훨씬 많다는 점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공찰의 재정지출은 ‘PD수첩’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거의 대부분 로비자금으로 쓰여 지고 있는 것일까? ‘PD수첩’에서 증언한 모스님의 말대로 천 년 넘게 된 사찰의 주지가 된다 함은 돈 수억을 내고 들어가서 임기만큼 살 수 밖에 없는 사글세 신세인가? 그 위의 본사주지는 다음 선거를 위해 그 돈을 받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이 교단, 종단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가? 삼보정재가 닭보다 못한 중 벼슬하는데 탕진되고 소진된다면 그 과보는 자명하다. 한 마디로 여기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인맥과 파벌을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공약 이행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 선거공약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것이 본사 주지가 되려면 임기 4년 동안에 자기 본사에 버금가는 도심사찰을 하나이상 건립해야 한다.

그리고 공찰의 말사 주지는 자기 말사규모의 포교당을 인근 도시 또는 신도시에 건립해야한다. 모든 종무행정이나 인사기준을 포교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우리 불교의 앞날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안쪽에서 소모하는 돈을 밖으로 돌려 건설적으로 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단, 종단의 중앙기구는 금전이 오고가는 선거, 인사를 특별히 관리 배제해야 한다. 대신에 어느 본사 어느 말사가 세울만한 사찰부지가 어디가 적당한지 조사해서 그 자료를 제공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사찰의 숫자를 대폭 늘여간다면 소임 때문에 싸우는 일도 없어질 것이지만 불교 발전에도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작금의 우리 불교를 살펴보면 제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승려의 정신개혁 또한 더 한층 중요하다. 삭발염의한 사람들이 일반대중을 상대하고 살아가노라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부처님 제자가 독각의 소승 수행승을 고집할 수도 없다. 행정실무에 종사하는 스님들이 시대보살이란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도 정치승, 정치꾼이란 오명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신도들이 낸 시주금과 사찰관람료가 승려 개인의 사리사욕과 선거자금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의심이 팽배해있는 이상 우리 승가는 MBC의 이런 보도에 대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오늘은 길고긴 밤이 될 것 같다. 우리 한국불교가 여러모로 큰일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


2007.10.17 늦은 밤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회주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