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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정정 ‘창피’…그대로 쓰자”

기자명 법보신문

불기사용 특위 조사위원 조준호 박사 주장
‘1957년=2500년’ 기록 못 찾아…태국조작설 제기
“종회 결의 위반 상황 인정…WFB 결의문이 관건”

최근 불교계에서는 불기 정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한국불교의 불기가 잘못됐다’는 본지의 보도 이후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가 내년에 개최될 불교학 결집대회에서 불기를 ‘2552년’이 아닌 ‘2551년’으로 사용하겠다고 공표하는 한편 각 계에 공문을 발송해 “내년 달력의 불기를 2551년으로 사용하자”고 권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9일 경주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WFB(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세계불교도우의회)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WFB 한국본부(회장 회정)가 올해 불기를 ‘2550년’으로 정정해서 표기하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도 불기를 둘러싼 정정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중앙종회는 지난 9월 개최된 제174차 임시종회에서 불기 사용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경, 이하 불기 사용 특위)를 구성했다. 9월 19일 첫 회의에서 한국의 불기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자고 결의한 불기 사용 특위는 조사위원으로 동국대 조준호 박사를 선임하고 약 2주간에 걸쳐 자료수집과 검토과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조 박사는 10월 17일 열린 2차 회의에서 “많은 외국 학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올해의 불기는 ‘2551년’이 맞다”며 “아마도 WFB의 본부가 스리랑카에서 태국으로 옮겨가며 불기를 조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태국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1966년 조계종 종회에서 결의한 불기를 잘못 쓰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조 박사는 “명백한 위반”이라며 “1956년 WFB가 세계의 불기를 통일할 당시 결의했던 결의문만 확인된다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불기를 바로 잡을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조 박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통적인 불교국가들 중 많은 나라들이 불기를 ‘2551년’으로 사용하고 있고 연대 변경에 따른 혼란을 생각한다면 그냥 현재의 불기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미 한번 틀어진 불기를 다시 고치는 것은 우스운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 박사는 오히려 스리랑카나 인도와 같이 국내 행사용과 국제 행사용 불기를 분리해서 사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재의 불기를 유지하는 경우에도 1966년 조계종 종회의 결의사항을 다시 바꿔야 하는데 그럴만한 명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한 답을 주지 못했다. 조 박사는 “현재의 불기를 바꾸든 그대로 유지하든 뚜렷한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라며 “바꿀 명분도 빈약한데 차라리 덜 창피한 쪽으로 사용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설명>불기 사용 특위가 조사위원으로 선임한 조준호 박사는 “한번 틀어진 불기를 다시 바꾸는 것도 우습다”며 “현재의 불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불기 특위는 WFB의 결의사항을 도입한 한국불교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번 불기 사용 특위 2차 회의에서도 박사님은 WFB 세계본부가 태국으로 옮겨 가면서 불기가 잘못 바뀐 것 같다는 태국 조작설을 주장했다. 그 이유는?
 
“추측이다. 결론은 어떻게 날지 모른다. 나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 있게 자료에 근거해서 접근해보려 하고 있다. 스리랑카, 인도 등의 남아시아권에서 나온 영문 서적, 일본의 학자들의 자료 등에선 1950년 WFB 창립 당시의 불기가 2494년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불기를 맞게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WFB의 창립년도인 1950년을 ‘2493년’으로 기록하고 있는 곳은 WFB 세계본부의 홈페이지 밖에 없다. WFB는 지관 스님에게 보낸 공문에도 1950년 창립 당시를 2493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래 WFB는 1950년을 2494년으로, 1956년을 ‘불기 2500년’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많다. 아마도 WFB 본부가 태국으로 옮겨가면서 불기도 태국의 것에 맞춰 1년을 늦추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자료를 다 확보하지 못했다.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 태국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뚜렷한 증거는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아직까지는 없다. 의심이 된다는 말이지 아직 증거는 없다.”

▷자료 확보가 이번 조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다. 그러나 10월 30일에는 모든 검토를 끝내고 불기 사용 문제를 결정해야 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전에 WFB에서 1956년의 결의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자료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참 막막하다. 결의문 자체를 보려면 WFB 본부를 방문해서 조사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WFB에선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세계본부의 펠럽 타이어리 사무총장은 최근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56년도의 결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바 있다. 그렇다면 1956년의 결의문을 확인해 WFB의 불기에 이상이 없다면 한국불교도 WFB의 불기를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가?

“약속이지 않은가? 불기에 대해서는 어디에서도 정확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최대한 오차가 적은 불기라면 더 낫지 않겠는가. 요즘에는 현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따라가면 좋겠지만, 쉽게 일치를 보기는 힘들다. 지금은 동아시아권이 세계 불교계를 주도하고 있지만 WFB 창립직후 남아시아가 과거 세계불교계를 주도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과거 한국도 WFB의 불기를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야 한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에 틀리든 맞든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면 1956년도의 결의를 따라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결의는 서로간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원래 불기의 개념은 반열반이라는 점이다.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거나 기념해야 될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왕이 즉위하는 당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즉위년도를 1년으로 계산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이 돌아가신 B.C 544년을 1년으로 볼 수 있다. 불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1주기, 2주기’의 제사 개념이 아니다.”

<사진설명>1956년 세계의 불기를 통일한 바 있는 WFB의 홈페이지에는 창립년도인 1950년과 올해의 불기를 각각 2493년과 2550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조준호 박사는 이에 대해 “태국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사님이 주장하는 것은 각 국 불교학자들이 논의해야 할 교리적인 부분이 아닌가?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

“한국의 불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정확한 규명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70년도부터 1년이 빨라졌지만, 당시 세계종교지도자대회를 준비하면서 주요 참가국인 인도나 스리랑카의 불기를 따라가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 뒤로도 아무런 의심이나 문제제기가 없었다. 명분이나 특별한 사유가 없어서 사고를 내지 않고 그들의 불기를 그대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WFB의 결의문이 입수되면 모든 의혹이 해결되지 않겠는가?

“1950년과 1956년의 결의문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2551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1년 앞당기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연대 변경에 따른 여러 가지 혼란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2551년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많은 전통적인 불교국가들이 2551년으로 불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괜찮다고 본다.”

▷WFB에서 결의한 사항인데, WFB 회원국들의 사용현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통적인 불교국가를 봐야 한다. 왜냐하면 중간에 WFB의 권유에 의해 조정된 나라들을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유가 아니라 WFB의 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결의문에 대한 확인 없이 WFB에서 권유하는 데로 따라했을 확률이 높다.”

▷WFB의 결의사항은 당시 27개국이 결의한 사항이다. 그럼 박사님은 현재의 2551년을 그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인가?

“나는 여기서 또 바꾸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까 생각한다. 결론은 어떻게 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우리가 불기를 2550년으로 바꿔 사용하면 우습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불교국가들도 WFB 행사는 하고 있다. 자국의 불기는 그대로 쓰고, 국제 행사에 있어서는 약속에 맞게 따라주자는 것이다. 국제 행사용으로 WFB의 불기를 사용하면 된다. 1970년에 한 번 바뀌긴 했지만, 그 당시의 진상이 규명되지도 않았고 단순한 실수로만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다시 바꾸자는 것은 우습다.”

▷현재의 불기를 그대로 사용하려고 해도 조계종 중앙종회가 1966년에 결의한 사항은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부분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이번에 특위가 구성된 것 아닌가?

“그렇다.”

▷현 상황은 1966년의 중앙종회 결의사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위반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불기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중앙종회의 의결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현재의 불기를 계속 사용하자는 결의가 필요하다.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명분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 어느 쪽이든 명분은 없다. 빈약할 바에야 차라리 덜 창피한 쪽으로 사용하자는 말이다.”

▷오히려 현 상황이 대외적으로는 더 창피한 것 아닌가?

“우리가 고친다고 인도나 스리랑카가 바꾸지는 않는다.”

▷우리가 고친다고 그쪽도 불기를 고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불기에 대한 확실한 명분은 필요하지 않은가? 이미 WFB 본부나 일부 국가는 한국 불기에 대해 알고 있다. 이번에 경주에서 개최된 WFB 컨퍼런스 당시 한국불기와 관련해 인터뷰를 요청하면 일단 웃더라. 우리가 불기를 바꾸지 않으면 이러한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현실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 아닌가?

“우리가 WFB에 불기의 재결의를 공식 요청하고 우리의 주도로 공용불기를 바꾼다면 차라리 모양새가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다.”

▷WFB의 펠럽 사무총장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전에 불기를 통일해서 사용하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차기나 그 다음 대회에서 그 결의문을 다시한번 채택해 불기의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것도 확인해봐야 한다. WFB는 불기 논쟁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그냥 통일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그쪽 사람들은 문제의식이 없다. WFB도 문제의식 없이 이 문제를 취급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WFB 주도하에 회원국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만장일치로 불기를 통과시킬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 최초로 불기를 통일한 WFB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학자로서 학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학자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고 아직도 논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박사님의 조사만으로 불기를 둘러싼 세계 학계의 논란을 끝낼 수 있겠는가? 최소한 한국불교계가 근거 없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자는 것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이번 특위 조사과정의 핵심은 1956년의 결의문 아닌가?

“맞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이지만,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WFB에서 그 당시의 결의문을 잘 보관하고 있는지, 혹은 태국이 아닌 네팔에서 보관하고 있는지 아니면 유실됐는지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까 (태국에 위치한 WFB 세계본부가) 자신들의 계산법에 따른 불기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조계종에 보낸 공문에도 자신들의 불기를 명시하지 않았는가? 또, 자국의 전통에 따라 불기를 다르게 사용해도 이것을 존중하겠다는 말도 그런 배경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 WFB에서는 1년의 오차를 용인하겠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불교학회가 불기와 관련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적어도 이런 문제를 학회장이 학회 차원에서 유포하겠다는 사실은 반성해야 한다. 검토가 필요하다. 왜 학문이 필요한가? 이런 것은 제대로 검토한 후에 입장을 밝혀야지, 검토도 없이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서 한번이라도 이 문제를 검토해 본 적 있는가? 학문 따로, 현실 따로인 이런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 너무 조급하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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