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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계율 연구의 발전을 바라보며

기자명 법보신문

‘대승 기원설’ 연구로 계율 관심 급증
‘지계, 수행의 밑거름’ 인식도 한 몫

지난주에 교토(京都)에서 열린 계율 연구회에 다녀왔다. 귀국하기 전에 교토의 계율 전공자들과 친분을 맺고 또 최근의 연구 동향에 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연구회가 끝난 뒤 함께 식사를 하는데, 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계율을 전공하기 시작했을 무렵, 그러니까 1980년대만 해도 계율 연구는 찬밥 신세라 전공자가 다섯 손가락도 못 채울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계율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부터 세계의 불교학계에서 계율 연구는 매우 중요한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경(經)이나 논(論)을 중심으로 한 교리 연구에 비한다면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 발전 속도는 심상치 않아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이 분야의 연구 성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볼 정도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학계에서 계율에 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인도불교사의 연구 분야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그 배경에는 대승불교의 성립에 관한 최근의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한 몫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승불교의 발생은 인도불교사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설을 제시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 박사가 발표한‘재가불탑기원설’, 즉 불탑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재가불자의 그룹으로부터 대승불교가 탄생했다는 설이 가장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왔고, 우리나라의 학자들도 대부분 이 설을 지지해왔다. 이 설에 의하면 대승불교는 전통부파승단과는 다른 루트로부터 발생한 것이 되며, 따라서 전통승단의 율은 대승교도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최근 이 설이 부정되고 대승불교 역시 기존의 전통부파승단, 즉 출가자 집단 속에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연구 성과들이 연달아 발표됨에 따라 전통부파승단의 율장이 새로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교단사적인 연구와는 별개로 계율의 내용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 역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일반스님들이나 재가불자들 사이에서도 계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각되고, 이러한 흐름에 부흥하여 학계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계율이 우리의 실생활과 무관하지 않으며, 계율의 실천이 곧 올바른 수행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절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신체와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듯이, 종교의 사상 역시 나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한 불교 사상이라도 그 이면에 철저한 자기 관리와 수행을 실천했던 사람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이 사실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선(禪)사상을 보자. 우리는 선이라는 말에서 묘한 해방감과 무(無)의 경지를 느끼게 된다. 마치 가부좌 틀고 앉아 있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음이라는 선물이 푸드득하고 날아들 것만 같다. 그러나 선종 계통 사찰의 하루를 들여다본다면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청규(淸規)라는 규범에 근거한 엄격한 생활, 바로 이 생활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철저한 수행을 통해 선사상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최근 학계를 비롯하여 불교계 전체에서 부각되고 있는 계율에 관한 관심을 바라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현실적으로 실생활에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다. 그리고 계율의 실천이야말로 올바른 수행을 지속시켜 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점을 새삼 되새겨 보는 날들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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