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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신계사 중창에 부쳐

기자명 법보신문

남쪽 원력-북쪽 응원 하나 된 통일의 상징
불국토 통일이어 국토 통일도 멀지 않은 듯

우리 민족의 역사는 동아시아 대륙의 끝자락에 있어, 마치 누군가에 의하여 쫓겨 오다 멈춰 선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나 광대한 대륙을 등에 지고 있고, 광활한 대양을 가슴으로 품었으니, 풍수적 해석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배산림수(背山臨水)의 명당이다. 이런 명당이기에 동아시아의 역사적 기록에는 항시 아름다운 나라, 해 돋는 나라, 예의 바른 나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외민족의 침략으로 굴욕적인 수치를 겪은 것이 병자호란만한 것이 없다. 우리에게는 수치스런 결과인 전란이지만, 청나라의 오랑캐 민족에게는 승리의 쾌거인 것이다. 청나라에서 이러한 승리를 계기로 하여, 이즘에 우리의 풍속을 그들의 관습으로 바꾸어 머리를 깎게 하자는 여론까지 있었다. 이 때 청나라의 임금은 “조선은 예의의 나라이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머리보다 더 아끼니 굳이 그들의 감정을 건드려 반감을 살 필요가 없다” 하여 거절한다. 무력으로는 제패했지만 문화적 습속으로는 열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 사실을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보았다. 차라리 그 때 그들의 풍습으로 바꿨으면 우리도 기마술에 능숙하여 후대의 문약으로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국토나 민족을 아름다이 보아서인지, 우리의 역사에는 민족국가적 큰 덩이의 국토가 항시 나뉘어 대치되는 상황이 자주 있다가, 급기야는 지금 반도라 불리는 모퉁이로 좁혀지고 만 것이 근대 조선의 500여 년이요, 20세기라는 현대의 막바지에는 외세의 이해 각축 속에서 그마저 반으로 갈라져서 남과 북으로 분단된 민족의 아픔을 안고 있다. 서로 오고 가지도 못한 것이 반백년이 넘다가 이제야 부분적으로 오가며, 하나로 뭉쳐보자는 희망과 기대 속에서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을 오르내리고 있으니 천만번 다행한 일이다.

이 중에 속 시원한 일의 한 가지가 신계사의 중창 불사이다. 남쪽 불자들의 믿음과 재정적 원력에다 북쪽 인력의 응원이 하나가 되어 옛 모습을 찾았으니, 남북이 하나 되는 전초적 상징으로도 의미가 깊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로 불국토의 통일은 된 셈이니, 사바세계의 속계적 국토의 통일도 멀지 않을듯하여 뛸 듯이 기쁘다.

여기서 잠시 윤회 반복의 시간적 흐름을 연상하게도 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소위 삼국시대 불교의 유입을 보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왔는데, 오늘의 현 시점에서는 남에서 북으로 역류한 셈이니, 역사의 흐름이란 재미있는 일이다. 신라에 불교가 전파된 것이 고구려의 스님 묵호자(墨胡子)가 일선군의 모례(毛禮)의 집으로 와서 숨으면서 시작되었고, 뒤 이어 아도(阿道)화상이 동료 3인과 역시 모례의 집으로 와서 머물며 경을 강의하고 율을 익히게 하여 가끔 신자가 늘기 시작하였다. 『삼국유사』의 ‘아도가 신라에 터를 닦다(阿道基羅)’의 단원이 이를 말함이다.

이렇게 해서 근원의 물이 흐르기 시작한 남쪽의 불교가 오늘에 와서는 북쪽으로 거슬러 흘러 신계사가 중창되었으니, 이 역시 인연결합의 윤회라 할 것인가. 아무튼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기에 옛 글 속에서 신계사를 소재로 하여 읊은 시를 한번 감상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자.

“노니는 나그네 가을빛을 사랑하여 / 빙 둘러 저녁 언덕에 들다 / 애오라지 외로운 탑 따라 자고 / 다시 두 친구와 함께하다 / 흐르는 달이 때로는 창문 엿보고 / 빗긴 구름은 오히려 층계를 덮다 / 사랑스럽구나 일천 봉우리의 그림자 / 밤새도록 높은 절을 안고 있음이여.”

이는 황경원(黃景源. 1709 ~1787)의 ‘신계사’라는 시이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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