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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된 힘이 필요한 시기

기자명 법보신문

덕 진 스님
울산 정토사 주지

한 차례 추위 이후론 입동이 지났는데도 따뜻한 날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통령 선거를 40여일 남겨두고 나온 이회창 씨의 출마 선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각 당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진영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러한 때에 출가 수행자이자, 한 사람의 불자이기도 한 필자는 조용하지만 간절한 바람을 전 불자들에게 피력하고자 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 사장이 총무원장 스님을 방문하고 그간의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다시는 왜곡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갔다.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그러한 보도의 빌미를 제공한 교계내부의 갈등이나 이를 해결하려는 잘못된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대중공사를 벌여 참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불교계에 잘못이 있거나 내 뜻과 다른 점이 보이더라도 불자 간에나 불교단체끼리 비방으로 일관한다던가, 일방적인 폭로를 일삼는다던가 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교단 내부에서 건전하게 절차를 밟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얼마 전 우리는 문경 봉암사에서 봉암사 결사 정신을 살리자는 결사(結社)의 집회를 한 바 있다. 이 행사는 그동안 안으로 생긴 아픔들을 반성하고 치유하여 봉암사 결사 정신인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다짐의 의미이기도 했다.

부처님께서는 생전에 가장 무거운 죄로 대중의 화합을 깨뜨린 행위를 꼽았다. 화합만이 출가 집단을 온전히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 교단이 교단다울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에 의해 부처님 법을 중심으로 하는 단합된 힘이었다.

번뇌는 우리의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존재한다. 내부의 적은 부처님 정신을 잣대로 대화하고 반성하며 부처님식대로 살면 된다. 하지만 외부의 적에 대해서는 단합된 의지와 힘을 바탕으로 대처해야 된다. 이른바 대선의 계절이다. 후보자 저마다는 표를 얻으려 사찰 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인지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우리 불자들은 바르게 알아야 한다.

불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거나 특정 종교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는 인사가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정책임자나 그 측근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난 10. 27 법난이나 지난 역사를 통해 똑똑히 경험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사전에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교계 언론이나 교단이 공명선거 캠페인이나 감시단 등을 운영하고, 정책 검증 간담회나 후보 정책을 분석하여 허구성이나 반불교적인 요소가 있다면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불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불교 교단이 국민을 선도하고 정치인들도 교화하고 감독한다는 위상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철저히 무욕과 불심의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부처님 방식대로 살기를 바라는 수행자와 그를 외호하는 대중으로 구성된 만큼 세속의 정치를 이용한다거나 이익을 구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교단의 일부에는 선거 바람을 타고 위험한 줄서기를 갈망하는 일부 불교계의 인사들이 보인다. 출가 사문에게는 현실의 군왕보다 부처님의 법이 더 우선할진데, 마치 속세의 사람들처럼 줄을 서고 있다. 저들에게 수행 대중들은 묵빈대처 할 것을 고한다.

정치의 계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부처님 진리와 방식을 분명히 천명하여 이 정신에 위배됨이 없는지 잘 살피고 또 이를 외부에 알리면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만이 이 혼탁한 세상에서 정법의 당간을 높이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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