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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국 세계일화’ 숭산 행원 스님 원적 3주기

기자명 법보신문
  • 정진
  • 입력 2007.11.19 10:27
  • 댓글 0

27일 화계사서 추모다례제

1년에 지구 두 바퀴 반 돌며 전법행
27일 화계사서 추모 다례…유품展도

<사진설명>숭산 스님은 평생 ‘세계일화(세상은 한송이 꽃)’을 강조하며 한국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지난 2004년 11월 30일 원적한 숭산당 행원 대종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입적 3주기를 맞아  제자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숭산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평생을 바친 것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불교를 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스님이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66년 일본에 홍법원을 설립하면서 부터다. 이후 스님은 40여 년 가까이 세계 각 국을 돌았다.

스님은 고령의 세납에도 불구하고 1년에 지구를 두 바퀴나 도는 강행군을 펼칠 정도로 해외 포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지구촌 구석구석에는 스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 스님의 족적은 현재 32개국에 설립된 120여 개의 선원에 남아 있다.

스님이 설립한 각 국의 선원에서는 약 5만 명의 제자들이 길러졌다. 수많은 벽안의 제자들이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좇아 선원으로 모여들었고, 이 중 170여 명이 숭산 스님의 뜻을 이어받길 자청해 스스로 머리를 깎고 구도의 길에 올랐다.

스님은 평소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말을 자주 강조했다. 세상은 한 송이 꽃과 같다는 뜻으로 불법에 있어 국경과 인종의 차이는 무의미함을 축약한 것이다. 스님의 말과 같이 숭산 스님을 따라 먹물색 머금은 승복을 걸친 벽안의 제자들도 국경과 인종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선구자 역할을 해온 스님은 1927년 평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토목업을 하는 집안의 가업을 잇기 위해 순천공립학교과 평양공업학교에 입학해 공학도의 꿈을 키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일본에 의해 주권을 상실한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스님은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이로 인해 한동안 옥고를 치러야만 했다.

힘들게 독립한 조국은 또 다시 좌우익으로 갈라졌고, 해방과 함께 동국대 철학과에 입학해 불교를 접하게 된 스님은 부처님 법으로 조국의 현실과 세상을 바꿔보고자 1947년 마곡사로 출가했다. 스님은 이후 당시 최고의 선지식으로 손꼽히던 고봉 스님에게 ‘숭산’이라는 불명을 받았다.

예일대 지질학과 재학 시절 숭산 스님의 일성(一聲)에 감화돼 출가의 길을 택한 미국인 제자 무량 스님은 “스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가르침의 요체는 이른바 ‘뿐 법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뿐 법문’은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 사량 분별에 걸리지 말고 본성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다.

한편, 숭산 스님이 입적 당시까지 주석했던 화계사는 스님의 가르침과 그 뜻을 기리고자 입적 3주기를 맞아 11월 20~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숭산 스님의 추모사진과 유품을 전시한다. 이와 함께 11월 27일에는 화계사 대적광전에서 숭산 스님의 추모 다례재도 봉행할 예정이다. 02)993-9460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벽안의 납자 마음 열어준 큰 스승”

숭산 스님 추모 다례 위해 방한
헝가리인 상좌 청 안 스님

헝가리에서 활동 중인 한국불교 수행자 청안〈사진〉 스님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스님이 한국에 돌아온 것은 11월 27일 봉행되는 숭산 스님의 입적 3주기 추모 다례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청안 스님은 숭산 스님이 길러낸 170여 벽안의 한국불교 수행자 중 한 명. 그 역시 ‘세계일화’의 가르침을 강조한 숭산 스님의 뜻을 이어 ‘한국불교의 불모지’ 유럽에 포교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청안 스님은 숭산 스님에 대해 “늘 ‘존재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갈구했던 나에게 ‘난 단지 모를 뿐’이라는 한 마디로 마음의 물꼬를 터주신 분”이라며 “숭산 스님을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숭산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비로소 자연의 소리, 내 주변의 풍경을 마음으로 느끼며 ‘세상 모든 것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는 청안 스님. 스님은 “기도를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인들은 자신에게 현실적인 변화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명상이나 선 수행을 더 선호한다”며 “숭산 스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한국의 선사상은 유럽인들이 선호할 수 있는 장점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이어 “한국불교와 한국의 선을 유럽에 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심이 될 수 있는 거점이 있어야 한다”며 “헝가리에 건립하고 있는 원광사를 한국불교의 전초기지로 삼아 숭산 스님의 가르침과 사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안 스님은 현재 헝가리에 유럽 최초의 한국식 사찰인 원광사를 손수 짓고 있다. 스님은 2004년 헝가리의 건축 기술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한국의 전통 목조기술을 전수 받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지난해 11월 11일 원광사의 상량식을 봉행했다. 현재 원광사는 작은 선방을 완공하고 2008년 동안거를 준비하고 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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