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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의 교과서, 월든

기자명 법보신문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 도서출판 이레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28살의 나이에 “의도적으로 인생을 살아보고,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하고,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때려 엎기를 원하여”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2년 동안 그 어떤 외부적인 것에 간섭을 받거나 물들지 않고 가난과 고독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에게는 삶이 그토록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이 낡고 닳아빠진 것은 살피지 못한 채 누더기를 걸친 빈자(貧者)에게 연민의 자비를 베풉니다. 하지만 정말 위로와 구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생활비를 버느라고 자기의 모든 시간을 다 뺏기고 있는 바쁘고 여유 없는 사람들, 신에 관한 화제라면 자기들이 독점권을 가진 것처럼 말하며 다른 어떤 견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종교인들, 의사와 변호사들, 그리고 내가 없는 사이에 나의 찬장과 침대를 들여다보는 무례한 가정주부들, 안정된 전문 직업의 닦여진 가도를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린 더 이상 젊지 않은 젊은이들(p.178)”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가 꿈꾸는 일일 것이나 상궤(常軌)에서 벗어나는 삶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불가능합니다.

“내가 숲속에 산 지 1주일이 채 안 되어 내 집 문간에서 호수까지는 내 발자국으로 인해 길이 났다. 내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은 지 5,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길의 윤곽은 뚜렷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pp.364~365)

사람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기 자신이 존중받기를 원하고, 자기가 가장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닳아빠진 관행의 깊은 수레바퀴 자국에 가장 존귀한 자신을 처박아 버립니다. 그리고 죽은 뒤의 자기 관(棺) 값까지 미리 챙기느라 각박하게 지내오다가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말합니다.

“사는 게 뭐 별 거 있어? 나도 할 만큼 해봤단 말이야.”

상궤를 뛰쳐나간 소로우는 그 대신 인생에 대한 통찰과 자연의 솔직한 모습을 챙깁니다. 계절마다 호숫가는 전혀 다른 빛으로 반짝이고, 작은 나뭇잎 한 장을 들춰보면 붉은 개미떼와 검은 개미떼가 종족의 생존을 걸고 처절한 전투를 벌입니다. 똑같이 세상을 살더라도 자연의 소란스런 아우성과 아름답지만 냉랭한 법칙을 바라보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는 그 목숨의 값이 달라집니다. 자기의 삶을 주인으로 사느냐 종으로 사느냐의 차이는 그만큼 큽니다.

온전히 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소로우의 2년간의 기록은 훗날 미국의 작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로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 대신 주어야 할 책”이라는 격찬까지 받게 됩니다. 긴 시간을 들여 차분히 읽어본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봅니다. 『월든』은 인생이라는 학교에 재학 중인 우리 모두가 교과서로 삼아야 할 책이라고 말입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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