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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좌회 대표 혜국 스님 담선법회

기자명 법보신문
  • 선정
  • 입력 2007.11.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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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찻잔처럼 비워진 무심이 본래 마음”

조계종 포교원은 간화선의 수승함을 널리 알리고 재가불자들의 발심을 독려하기 위해 11월 18일 오후 2시 김천 직지사 만덕전에서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혜국 스님을 초청, ‘간화선 수행법에 대한 담선법회’를 주제로 법석을 펼쳤다.

종단의 첫 공식 담선법회로 알려진 이날 법석에는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했고, 나옹선사의 화두참구법을 게송으로 읊으며 법문을 시작한 혜국 스님은 때론 온화하게 그리고 때론 격정적 모습까지 보이며 재가불자들이 간화선 수행의 길에 들어서서 흔들림 없이 수행정진 할 수 있도록 법을 설했다.

혜국 스님은 대혜종고 스님의 스승이자 『벽암록』의 저자인 원오극근 선사의 편지글인 『월오심요』가운데 윤상인에게 주는 글을 들어 법문을 이어갔다. “어느 것이라도 마음을 두기만 하면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생긴다. 지금 관문을 뚫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마음에 집착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벗어나서 무심한 경지에 이르기만 하면 모든 망령된 생각과 더렵혀진 습기가 다 없어지고 지견과 알음알이의 장애가 모두 사라질 것인데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남전 스님은 ‘평상시의 마음이 도’라고 하였다. 그러나 생각을 일으켜 평상하기를 기다린다면 벌써 어긋나버린다.”

혜국 스님은 이 말씀이야말로 후학을 살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고 가섭이 파안대소한 이후, 조사선이 전해져 온 것에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자들이 지금 바로 관문을 뚫지 못하는 까닭은 마음의 집착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흔히 참선의 뿌리를 말할 때 수미산이 좁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수행자들이 이를 잘 믿지 않는다”며 견고하지 못한 믿음을 지적했다. 부처님은 꽃 한 송이를 들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자리,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은 자리를 바로 일러주었는데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조사 스님들의 일구를 들으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하고 때로는 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한다”고 간화선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을 지적했다. 스님은 이에 대해 지금 우리가 허공성을 체득하지 못하는 까닭은 내 마음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번뇌망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심의 세계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어 “보통 사람들은 생각이 움직이는 것을 마음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빈 찻잔처럼 비워진 무심이 본래 마음이며 허공성에는 뭐든 다 들어갈 수 있다”고 설한 스님은 “번뇌망상을 비운 텅 빈 그릇이 될 때를 무심경계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무심경지에 이를 때 비로소 망념과 습기가 다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무심경지에 이르면 백천만겁 지은 업도 한 순간에 멸할 수 있다”며 “내 업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믿음이 생기면 화두 참선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화두 참선을 통해 업을 닦고 무심경지에 이르도록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태백산 도솔암에서 수행정진 할 때를 예로 들어 “2년 7개월 동안 장좌불와를 했다고 소문이 무성했지만, 제대로 공부 맛을 본 것은 겨우 2개월 정도였다”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번뇌 망상과의 싸움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번뇌 망상은 과거생 동안 지어온 허깨비 같은 업의 소산”이라고 했다. 따라서 천년·만년이 지나도 남이 내 번뇌망상을 소멸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텅빈 허공으로 바꾸어야만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두 참선이라고 다시 한번 화두 참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화두 참선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깨달음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방울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방법은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듯, 낙동강·섬진강·백마강 물이 바다로 흘러가면 이름조차 없어지듯이, 본래 있는 허공을 알 때 절대 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이어 이때의 허공을 보는 것이 화두이며 이 화두가 ‘참나’지 지금의 몸이 내가 아니라고 말한 스님은 “참선을 할수록 하심을 해야지 참선한다면서 아상이 많아지면 화두를 믿지 않는 것”이라며 “좋다-나쁘다, 너-나, 있다-없다는 관념이 바로 번뇌망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번뇌망상을 지우는 것은 “아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이어 “참선법은 나와 남을 둘로 인정하지 않으며, 내 것만 옳고 너의 것은 그르다고 하지도 않는다”면서 빨리 깨달으려고 하지 말고 ‘노릇’을 잘하라고 했다. 그리고

“참선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을 예경하는데 있어서 쉼이 없어야 하며 인과를 믿어 ‘내 것은 내가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지극한 발심을 하고 참선 수행정진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조계종이 간화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담선법회를 마치면서 사부대중은 “원컨대 이 법문을 듣고 화두로 벗을 삼아 화두를 버리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서원으로 필경에는 정각을 이루어 성불할 것”을 발원했다.

김천=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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