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뢰 잃은 정치인 지도자 자격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7.12.03 13:22
  • 댓글 0

[특별기고] 박종화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 올수록 우리 눈앞은 한치 앞을 보기가 어려울 만큼 혼탁스럽기만 하다. 12명의 후보 가운데 앞으로 5년 동안 나라 살림을 맡겨야 할 일꾼 1명을 가려내야 하는데 이번 선거만큼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옥외 유세장에 의존했던 옛날 선거와는 달리 미디어에만 의존하는 선거이다. 따라서 국민은 미디어에 나타난 내용에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온갖 보도는 후보들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지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은 보이지 않고 대신 네거티브 캠페인만이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의식 속에 의혹과 불신만이 팽배해져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인식으로 실망만 만 심어 주고 있다.

BBK 사건이라든가, 삼촌 조카사이 양육비 소송사건이라든가, 반칙 출마 비난이라든가하는 내용이 신문이나 방송의 선거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 격으로 지지율이 뒤진 후보 측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국민들이 노망에 들린 것 같다”고 하지를 않나 멀쩡한 사람이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서울 주재의 모 외국 대사는 임기를 마치고 지난달 귀국했어야 했는데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재미있어 끝나는 것을 보고 가겠다” 고 본국에 건의해 한국 대선을 관전 중이란 보도를 접하고 한심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제 우리 대선이 구경거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이런 구경거리가 되지 않고 국민들이 5년에 한 번씩 누리는 대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좋은 일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야를 맑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론장의 마련은 보도 매체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의 행사가 일부 후보의 자만과 욕심 때문에 파행으로 끝난 사실에 크게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조계종, 불교텔레비전을 비롯해 조계종 중앙 신도회, 불교정책기획단,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교기자협회 등은 지난 11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 문화 예술 공연장에서 ‘2007년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당일 오전까지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돌연 불참을 통보, 크게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것.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고 2개월 동안 준비를 해왔던 준비위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 측은 전날까지 토론회에 참석할 뜻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은 불교계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종교편향과 관련된 질의는 가급적 줄일 것, 후보 상호간 토론은 하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해와 준비위는 이 후보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도 이 후보 측은 토론회 당일 오전 돌연 입장을 선회해 토론회 진행 방식을 문제 삼으며 불참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는 어느 단체가 주최하든 국민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고 국민이 그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청취할 수 있는 합동 토론의 장이란 점에서 이번 대선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소한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한대로 약속을 식언한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회창 후보측은 이명박 후보측이 출석하지 않아 불참한다고 했다니 넌센스라도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개인과 개인의, 조직과 조직의 관계에서도 약속은 신뢰를 담보로 한다. 민주 정치는 이 신뢰로  존립기틀을 다져나간다. 더욱이 대선 후보로 나설 정도라면 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텐데 두 후보의 이번과 같은 경솔한 처사가 어떠한 해명을 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모든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1, 2위를 확보하고 있어 교만해져서 인지 모르겠다.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가 그들의 개인적인 지지인지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에서 얻은 반사이익인지 분석해보면 더욱 겸손해야 할 그들이다. 왜 공론장에서 떳떳이 나서 토론할 수 없는가. 국민에게 보일게 있고 감춰야할 게 있어서인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