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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희망도량 탐방] 20. 광주 무등산 증심사 (끝)

기자명 법보신문

무등산 풍경소리 종교벽 넘어 상생의 길로

<사진설명>매월 보름 즈음에 열리는 작은 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공간인 동시에 사찰과 시민들을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있다.

광주 시민들은 밤마다 달을 올려다본다. 저만치 무등산 언덕 위로 하얗게 빛나는 달빛이 매일매일 조금씩 커지기 시작해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될 때 즈음 시민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등산으로 향한다. 한 달에 한 번 음력 보름날에 가장 가까운 토요일 밤, 무등산 자락 증심사 입구에서 열리는 작음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작은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는 이미 광주지역의 명물이 돼 있다. 매월 무등산 입구에 이달의 공연 일자와 출연진을 알리는 현수막을 하나 걸어 놓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도 평균 250~300명 정도의 시민들이 동참한다.

‘음악회’ 매월 300여 명 동참

무등산 풍경소리는 지난 2002년 7월 처음 시작됐다. 무등산 자락에 온천을 개발하겠다는 소식에 일주문 앞이 온천장으로 개발될 처지에 놓여 있던 증심사를 중심으로 종교인들이 무등산을 지키자며 뜻을 모았다. 증심사 전 주지였던 일철 스님과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가 뜻을 모아 첫 걸음을 내딛었다. ‘생명과 환경을 사랑하는 종교인 모임’을 꾸리고 무등산보호단체와 함께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아스팔트 포장에 덮여있던 증심사 주차장의 두꺼운 포장을 걷어내고 종교인들과 환경운동 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200여 평의 공간에 잔디와 들꽃을 심어 작은 문화 공연장으로 꾸몄다. 그리고 그 뜻을 모아 무등산 풍경소리라는 음악회를 열게 된 것이다.

환경과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가수 및 연주가,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인을 초청해 노래와 연주, 이야기가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생명 나눔과 환경 보호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무등산보호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는 것과 함께 시민들에게 열린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불교를 비롯해 가톨릭, 기독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의 성직자들에게종교간 대화와 화합의 장이 되어 주었다.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 음악회인 까닭에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증심사 취백루로 자리를 옮겨 진행했다. 관객들은 물론이며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사찰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또 매년 12월에는 성당이나 교회로 무대를 옮겨 기독교계의 성탄행사를 축하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작은음악회 무등산 풍경소리는 그렇게 생명나눔과 환경보호, 종교인의 이해와 각성, 공동선 실천을 일궈가는 무등산 사랑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일철 스님이 입적한 후 현재는 진화 스님과 최명진 목사가 주축이 돼 풍경소리의 울림을 이어가고 있다.

“무등산 풍경소리가 광주지역을 대표하는 음악회로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지난 5월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념 사업회 측에서 음악회를 주최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생명과 환경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인식을 선도하고 동시에 시민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종교간 상생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증심사는 풍경소리 음악회에 소요되는 매월 400~500만원의 예산 가운데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나머지는 광주시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았고 올해부터는 문화관광부에서도 예산 지원을 받게 됐다. 비록 증심사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풍경소리에 기울이는 증심사의 노력은 풍경소리가 6년 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결정적 기반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풍경소리는 결코 불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니다. 사찰의 신도를 늘리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지 진화 스님은 눈에 띄지 않는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열린 사찰’ 작지만 큰 변화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사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찰이 불자들만의 신행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열린 문화 공간, 지역 운동의 구심점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지역의 이슈나 주요 활동에 사찰을 초대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고 반대로 사찰이 지역 활동에 동참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지역 내에서 사찰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종교간 소통의 통로가 확보되고 교류의 폭도 넓어졌다. 성직자들끼리의 친분 나누기 수준을 넘어 각 종교의 신도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신도들끼로도 친분이 생기자 환경운동이나 시민운동 등을 펼칠 때에도 서로 돕는 일이 자연스러워 졌다.
“몇 해 전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계에서 지하철의 ‘증심사역’이라는 이름에 반발하고 나왔을 때에도 함께 활동했던 여러 종교계에서 지지 성명을 내주었습니다. 이런 것이 작지만 종교간 상생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생명과 환경, 자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광주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무등산 등산로 입구 음식점 등 증심사 사하촌에 대한 정비가 내년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난립해 있는 상점을 정비하고 도로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연생태를 복원한다면 증심사의 수행환경도 개선되고 동시에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 지금까지 시행하지 못했던 어린이 법회도 가능해질 것이다.

무등산 자락에 울려 퍼진 풍경소리. 그 작은 소리는 어느덧 무등산과 증심사를 외호하는 호법신장의 소리로, 나아가 광주 시민들의 마음속에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큰 울림으로 다가가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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