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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나이 제한이 잘못됐다니

기자명 이학종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1

수행자의 삶을 원하는 40세 이상 출가 희망자에게

수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승려의 출가나이를 만 40세 이하로 제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나이가 많다고 출가를 제한하는 것은 부처님 당시에도 없었던 일이고, 수행의 기회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비판의 소리는 일부 일간신문에서 종교면 보도를 통해 제기되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몇몇 교계언론에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절집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 외부 언론이야 잘 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불교계 내부에서 출가 나이 제한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견해는 일정한 제도를 만들거나 조정할 때 그 기준을 부분적 또는 특수한 경우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나 현상에 둘 수밖에 없는 것임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출가자의 연령 제한을 추진한 조계종 교육원 관계자나 이 법안을 통과시킨 종회의원 스님들이 일부 비판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내용들을 제대로 몰라서 40세 이하로 기준을 정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분들이야말로 출가 나이를 줄이고자 결정하는데 까지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고민과 다양한 여론수집 과정을 거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당시 120세가 넘은 노인의 출가가 허용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율장 정신에 출가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 또 일반적으로 수행자의 길을 막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들은 얼핏 듣기에 타당한 듯 보이지만 급속하게 무너져 가는 승단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늦게 출가해서도 얼마든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거나, 도를 구하는 데는 어떠한 문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드문 경우를 보편적인 흐름으로 둔갑시키는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대안 없는 명분론이나 이상론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출가자의 고령화 현상이 주고 있는 폐해의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역대의 큰스님들은 수행도 힘이 있어야, 다시 말해 젊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뒤늦게 수행을 해서는 도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고자 한다면 30대를 넘어서는 그 출발이 늦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출가 연령을 50세에서 40세로 낮추긴 했지만 낮춘 40세도 너무 많다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비판자들은 곰곰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들은 이전의 제한 연령인 50세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40세로 줄인 이후에 새삼스럽게 비판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수행자의 삶을 원하는 40세 이상의 출가 희망자들에게 꼭 승적이 없더라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 조계종이 아니더라도 40세가 넘은 이에게 출가를 허용하는 종단도 있지 않겠는가.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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