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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두타행 ③

기자명 법보신문

행복, 욕망 벗어난 청정한 삶서 비롯

두타행으로 정신적인 만족감 키워야

지난 호에 소개한 두타행의 내용을 읽고 그 혹독함에 놀라 아예 우리 재가자들과는 상관없는 수행이라고 선을 그어버린 분들이 있지는 않았을까 염려스럽다. 버려진 헝겊으로 만든 옷가지를 걸치고, 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지붕 없는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수행해야 한다니, 문자 그대로 이해한다면 분명 현대인에게는 무리한 요구이다.

현대인뿐만이 아니다. 부처님 당시의 출가자들에게도 두타행은 어려운 실천행이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모든 출가자들에게 두타행의 실천을 의무화하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수행자들을 매우 칭찬하셨으며, 출가자라면 청빈한 삶을 통해 물질의 상속자가 아닌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두타행의 목적은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떠나 자신의 욕망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만족할 줄 아는 올바른 생활의 실현을 통해 내면적인 행복과 평안을 추구하는 것에 있다. 이런 점에서 두타행은 출가·재가의 구분 없이 모든 불교도에게 적용되는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재가자의 경우, 출가자처럼 철저한 무소유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르게 재산을 늘려 안정된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널리 베풀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재가불자가 지향해야 할 삶이다. 바로 이런 삶을 위해서도 두타행의 올바른 이해와 실천이 필요하다.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생활은커녕 결국 심신의 병을 초래하여 불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맛지마 니까야』라는 초기빨리경전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의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설한다.

“적절한 양을 알고 음식을 먹는 자가 됩시다. 올바르게 관찰하며 음식을 먹읍시다. 장난삼아서도 아니고 교만심에서도 아니며 장식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이 신체를 유지하고 존속시키기 위해,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불도수행을 돕기 위해 먹읍시다. 이런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다면 오랜 고통은 사라지고 새로운 고통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탈 없고 안락한 올바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넘쳐 나는 음식들 속에 파묻혀 그 음식들의 소중함도 망각한 채, 그저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고 포만감을 즐기며 퍼 넣다보면, 당연히 몸은 신음하고 마음은 산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다 이와 같은 이치이다. 지나친 풍요로움 속에서 현대인은 언제부턴가 감사하는 마음이나 만족하는 마음을 상실한 채, 한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며 살고 있다.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갖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물질에 의해 얻을 수 있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 TV를 통해 히말라야 산맥 속에 묻힌 조그마한 불교 왕국 부탄의 상황을 보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경제 수준은 낮지만 행복 지수만큼은 세계 1위라는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부탄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며 다음 생에도 또 다시 부탄에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의 해맑은 모습을 바라보며, 한편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유럽 등에서는 오히려 정신적 행복과 안정을 찾아 불교 수행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대조적인 현실을 보며,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새삼 돌이켜 보게 된다. 물론 가난한 삶이 좋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음에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생활에 근본적으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불행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욕망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하고 만족하며, 올바른 생활 속에서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두타행의 가르침이야말로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신음하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수행이라고 할 것이다.

동국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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